카드회사 책읽기



  카드를 쓰면서도 카드는 되도록 쓰고 싶지 않다고 꽤 예전부터 생각했다. 이 마음이 그대로 드러났을까. 여러모로 카드빚을 대고 갚고 하다가 이달에 ‘하루(라기보다는 반나절)’ 카드값 갚는 때를 못 맞추었는데, 카드회사에서 카드정지를 시키고는 이제 다시 카드를 쓸 수 없도록 한다고 알린다. 1999년부터 쓰던 은행계좌이고 은행카드인데 반나절 만에 모든 끈이 끊어진다. 그래, 잘된 일이야. 카드를 안 쓰고 싶었잖아. 그 뜻대로 되는구나. 시골에서 사는 놈이 무슨 ‘도시에 있는 은행’에 딸린 계좌와 카드를 쓰는가. 시골 우체국 계좌와 카드만 있으면 되지. 그런데, 우체국카드에도 교통카드 기능이 있을까. 없으면 없는 대로 하지 뭐.


  은행을 안 좋아하는 마음이, 카드를 안 좋아하는 마음이, 나 스스로 카드를 끊고 없애도록 이끄는구나 하고 새삼스레 느낀다. 다가오는 8월 27일에 카드갚을 모두 댄 뒤 말끔히 계좌와 카드를 없애자. 서울에 볼일을 보러 가면 은행에 들러 통장과 카드를 가위로 싹둑 자르자. 지난 열여섯 해 동안 내 돈을 맡고 다루어 준 ‘하나은행’아, 고마웠다. 잘 먹고 잘 살렴. 4347.8.2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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