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59] 한가위



  나는 어릴 적부터 ‘한가위’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내 입으로도 ‘한가위’라는 말을 읊었습니다. 그러나, 적잖은 둘레 어른들은 ‘추석(秋夕)’이나 ‘중추절(仲秋節)’ 같은 한자말을 즐겨썼습니다. 올 한가위를 앞두고 기차표를 끊어야겠구나 하고 느껴 ‘한가위 기차표’로 인터넷에서 살피는데, 이렇게 살펴서는 아무것도 못 찾습니다. 왜 이런가 하고 한참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아하 하고 깨닫습니다. ‘추석 기차표’로 말을 고쳐서 살피니, 비로소 기차표를 어떻게 미리 끊을 수 있는지 나옵니다. 국립국어원에서 엮은 《표준국어대사전》을 살펴봅니다. 한국말 ‘가위·한가위·가윗날’을 살피니, “= 추석”으로 풀이합니다. 한국말을 다루는 사전에서 뚱딴지처럼 한자말 ‘추석’만 풀이말을 달고, ‘가위·한가위·가윗날’은 풀이말을 안 달아요. 학자와 정부부터 한국말을 알뜰히 여기지 않습니다. 이러니, 공무원도 한국말을 살뜰히 돌보지 않겠지요. 이러니, 작가와 기자도 한국말을 따스히 보듬지 않겠지요. 하기는, 어느 때부터인가 한가위를 앞두고도 ‘한가위’라 하기보다는 ‘추수감사절(秋收感謝節)’이라 말하는 사람도 제법 늘었습니다. 서양 종교를 믿건 안 믿건 대수롭지 않습니다만, 서양에서 ‘가을걷이를 기쁘게 누리며 고마워 하는 날’이란, 한겨레한테는 ‘한가위’입니다. 4347.8.1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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