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471) 적용


밥을 어른에게 적용할 때에는 ‘진지’라고 하고, 이에 따른 동사도 ‘잡수다, 드시다’를 사용한다

《남영신-남영신의 한국어용법 핸드북》(모멘토,2005) 147쪽


 밥을 어른에게 적용할 때에는

→ 밥을 어른한테는

→ 밥을 어른한테 줄 때에는

→ 밥을 어른한테 드릴 때에는

 …



  한자말 다듬기를 하다 보면, 둘레에서 ‘한자말에 두드러기라도 있느냐’고 묻곤 합니다. 저는 ‘아니요, 쓸 만한 말이라면 한자말이든 일본말이든 쓰지만, 쓸 만하지 않으니 안 쓸 뿐입니다’ 하고 대꾸합니다.


  마땅히 쓸 만하고, 알맞게 쓸 만하다면 얼마든지 쓸 말입니다. 마땅한데 안 쓸 까닭이 없고, 알맞는데 꺼릴 일이란 없습니다.


 법의 적용에는 → 법 앞에는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다 → 이론을 현실에 맞추어 쓰다

 많은 기법이 적용되어 있다 → 많은 기법이 쓰였다


  ‘적용’이라는 한자말을 처음 들었던 어릴 적부터 오늘날까지, 이 한자말은 여러모로 쓸 만하지 않다고 느낍니다. 한국말사전에서 이 한자말을 찾아봅니다. 말뜻은 “알맞게 이용하거나 맞추어 씀”이라고 나옵니다. ‘이용(利用)’은 “필요에 따라 이롭게 씀”을 가리키는 한자말입니다. 그러니까 ‘적용’ 뜻풀이는 “알맞게 쓰거나 맞추어 씀”이라는 소리이지요.


 適(알맞음) + 用(씀) = 適用

 알맞음 + 씀 = 알맞게 쓰기


  어렵게 생각할 일은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입니다. ‘알맞음’과 ‘씀’을 가리키는 한자 ‘適’과 ‘用’을 더해서 ‘適用’이라는 한자말이 태어났습니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알맞다’라는 그림씨와 ‘쓰다’라는 움직씨를 묶어서 “알맞게 쓰다”라는 말을 주고받으면서 살았습니다.


  굳이 한 낱말로 뭉뚱그리지 않아도 괜찮은 말씀씀이입니다. 꼭 한 낱말로 적지 않아도 되는 말매무새입니다.


  있는 그대로, 알맞춤하게, 넉넉하게 쓰면 됩니다. 잘 쓰고 싶으면 “잘 쓰면” 되고, 알맞게 쓰고 싶으면 “알맞게 쓰면” 되며, 제대로 쓰고 싶으면 “제대로 쓰면” 됩니다. 4341.9.29.달/4347.8.1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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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어른한테 드릴 때에는 ‘진지’라고 하고, 움직씨도 ‘잡수다, 드시다’를 쓴다


‘동사(動詞)’는 ‘움직씨’로 다듬어도 되고, 그대로 두어도 됩니다. ‘사용(使用)한다’는 ‘쓴다’나 ‘넣는다’로 손질합니다. “이에 따른”은 덜어냅니다.



 적용(適用) : 알맞게 이용하거나 맞추어 씀

   - 적용 범위 / 적용 대상 / 법의 적용에는 성역이 있을 수 없다 /

     이론을 현실에 적용하다 / 이 그림에는 많은 기법이 적용되어 있다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550) 의당


나는 의당 수(아버지 영향)와 문학(엄마 영향)에 밝아야 하는 딸아이에게 합당한 임무를 주었다

《수지 모르겐스턴+알리야 모르겐스턴/최윤정 옮김-딸들이 자라서 엄마가 된다》(웅진지식하우스,1997) 167쪽


 의당 수와 문학에 밝아야 하는

→ 마땅히 수와 문학에 밝아야 하는

→ 반드시 수와 문학에 밝아야 하는

→ 으레 수와 문학에 밝아야 하는

→ 틀림없이 수와 문학에 밝아야 하는

 …



  한국말은 ‘마땅하다’입니다. 한자말은 ‘당연(當然)하다’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한국말과 한자말을 제대로 살피지 못할 뿐더러, 제대로 가누지조차 않습니다. 마땅히 써야 할 한국말을 아주 마땅하다는 듯이 안 씁니다.


  한국말사전에서 ‘마땅하다’라는 한국말을 찾아보면 한 가지 나옵니다. 다시금 ‘당연’이라는 한자말을 찾아보면 다섯 가지 나옵니다. 이 가운데 사람들이 알거나 쓰는 한자말은 꼭 한 가지입니다. 다른 네 가지 한자말 ‘당연’을 아는 사람이란 거의 아무도 없으며, 이 한자말이 쓰이는 일이란 아예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말사전에는 ‘당연’이라는 한자말이 그냥 다섯 가지 실립니다. 이러면서 한국말사전에 실린 ‘한국말 푼수는 저절로 줄’고 ‘한자말 푼수는 저절로 늘’어납니다.


 법은 의당 지켜야 한다

→ 법은 마땅히 지켜야 한다

→ 법은 꼭 지켜야 한다

→ 법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 법은 어김없이 지켜야 한다

 의당한 말

→ 마땅한 말

→ 옳은 말

→ 올바른 말

 의당한 일이다

→ 마땅한 일이다

→ 옳은 일이다

→ 틀림없는 일이다


  말 그대로 마땅히 써야 할 한국말입니다. 있는 그대로 마땅히 알맞고 바르며 곱게 써야 할 한국말입니다. 무슨 덧말과 어떤 군말을 붙일 수 있을까요. 알뜰살뜰 살려서 쓸 말이요 요모조모 북돋울 말일 텐데요. 밥을 하는 사람은 밥맛이 한결 살도록 애쓰고, 말을 하는 사람은 말맛이 더욱 살도록 힘쓸 노릇입니다. 정치를 하는 사람은 정치가 아름답도록 용쓰고, 말을 하는 사람은 말이 참으로 아름답도록 마음쓸 일입니다. 4343.9.21.불/4347.8.1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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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땅히 수(아버지 때문)와 문학(엄마 때문)에 밝아야 하는 딸아이한테 올바른 일감을 주었다


“아버지의 영향”이나 “엄마의 영향”이라 하지 않고, “아버지 영향”과 “엄마 영향”이라 적은 대목이 반갑습니다. 다만, 한 번 더 생각한다면 ‘영향(影響)’을 덜고 “아버지 때문”이나 “엄마가 낳았으니”처럼 적바림할 수 있습니다. ‘합당(合當)한’은 ‘알맞을’이나 ‘알맞춤한’이나 ‘꼭 들어맞을’이나 ‘바람직할’로 손보고, ‘임무(任務)’는 ‘일’이나 ‘일감’이나 ‘일거리’로 손봅니다.



 의당(宜當) : 사물의 이치에 따라 마땅히

   - 법은 의당 지켜야 한다 / 의당한 말 / 의당한 일이다 /

     강실이는 의당 옹구네한테 말을 놓아야 옳을 것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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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553) 공사


모리야 씨, 이건 작품으로서는 분명히 훌륭하지만, 미도리 씨의 기분을 상하게 만든 이상 가능한 회수하도록 하죠. 그리고, 공사는 구분하길 바랍니다

《이소야 유키/설은미 옮김-서점 숲의 아카리 1》(학산문화사,2010) 66쪽


 공사는 구분하길 바랍니다

→ 회사 일과 개인 일은 나누기 바랍니다

→ 회사 일과 개인 일을 잘 살피기 바랍니다

→ 회사 일과 개인 일을 찬찬히 헤아리기 바랍니다

→ 회사에서 개인 일은 하지 말기 바랍니다

→ 개인 일을 회사에까지 가져오지 말기 바랍니다

 …



  한국말사전에는 열한 가지 한자말로 ‘공사’를 싣습니다. 이 가운데 ‘헛일’을 뜻하는 ‘空事’는 털어내야 할 낱말이고, 옛 역사에서 쓰던 한문(工師, 供辭, 貢士)은 역사사전에만 실어야지 싶습니다. 한국말사전은 역사사전이 아니니까요. 불교에서 쓴다는 ‘供司’는 불교사전에 실어야 마땅하며, 이러한 낱말은 불교를 믿는 이들 스스로 알기 쉽도록 새롭게 빚거나 알맞게 다듬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관사’를 뜻한다는 ‘公舍’는 굳이 써야 할까 궁금합니다.


  사회나 정치나 문화를 일컬으면서 써야 하는 낱말이라면 쓸 노릇입니다. 한자말이건 영어이건 우리한테 도움이 된다면 안 받아들일 까닭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두루 쓰는 숱한 낱말이 참말로 얼마나 알맞거나 쓸모있는가 곰곰이 살펴야지 싶습니다. 쓰임새와 뜻과 짜임새가 한결같이 알맞거나 쓸모있기에 쓰는 낱말일까요, 이냥저냥 쓰면서 익숙해진 낱말인가요, 지난날 한문으로 정치와 사회를 꾸리던 때부터 쓰던 낱말인가요, 일제강점기부터 일본 제국주의자 손에 따라 들어온 낱말인가요.


 공사를 엄격히 구분하다

→ 내 일과 나라 일을 또렷이 나누다

→ 내 일과 회사 일을 똑똑히 가누다

→ 내 일과 마을 일을 올바로 살피다


  “공공의 일과 사사로운 일”을 가리킨다는 ‘公私’를 헤아려 봅니다. ‘공공(公公)’이란 “국가나 사회의 구성원에게 두루 관계되는” 일을 일컫고, ‘사사(私私)로운’ 일이란 “공적(公的)이 아닌 개인적인 범위나 관계의 성질인” 일을 일컫는다 합니다.


  아무래도 사회에서 쓰는 말이 ‘공공기관·사설기관’이니까, 이런 자리에서도 ‘공사’라느니 ‘공과 사’라느니 하고 쓸 만하다 여길 수 있습니다. 그러면 다시금 돌아봅니다. ‘사사롭다·개인적·사적’이라는 일이란 어떤 일이 되려나요. 한자로는 조금씩 달리 적바림하는 이 낱말은 무엇을 가리키는가요.


  한 마디로 하자면 “내 일”을 가리킵니다. “내가 할 일”이나 “나와 얽힌 일”을 일컫습니다.


  ‘공공’이라는 한자말로 가리키지만, ‘공공’이란 바로 “나라”나 “사회”나 “정부”나 “회사”나 “마을”이나 “학교”입니다. 어쩌면 이 모두를 아울러 ‘공공’으로 나타낸다 할 수 있어요.


  찬찬히 생각한다면, 이 모두를 아우를 때에는 “우리 모두하고 얽힌 일”입니다. “우리 모두가 할 일”입니다.


 내 일과 우리 일

 나와 우리

 내 집과 우리 마을

 나 하나와 우리 모두


  단출하게 한 낱말로 갈음하고 싶을 때에는 ‘공사’ 같은 한자말을 쓸 수 있다고 봅니다. 때로는 ‘공과 사’처럼 쓸 수 있겠지요.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누구나 한결 손쉬운 한국말로 “나와 우리”라 말할 수 있습니다. “나 하나와 우리 모두”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모르는 노릇이지만, ‘나우리’라는 새 낱말을 빚어 볼 만합니다. 꼭 한 낱말로 갈무리하지 않아도 괜찮다면 ‘나와 우리’를 관용구로 삼으면 됩니다.


  말흐름을 살피고 말줄기를 톺아봅니다. 말넋을 북돋우고 말얼을 살찌웁니다.


  하던 대로 할 수 있으나, 새로운 말길을 열 수 있습니다. 쓰던 대로 써도 나쁘지 않으나, 싱그러운 새 말물꼬를 틀 수 있어요. 4343.12.30.나무/4347.8.1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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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야 씨, 이건 작품으로서는 퍽 훌륭하지만, 미도리 씨가 거북하게 한 만큼 아무래도 거두도록 하지요. 그리고 회사에서 개인 일은 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분명(分明)히 훌륭하지만”은 “틀림없이 훌륭하지만”이나 “참으로 훌륭하지만”이나 “아주 훌륭하지만”이나 “더없이 훌륭하지만”으로 다듬습니다. “미도리 씨의 기분(氣分)을 상(傷)하게 만든 이상(以上)”은 “미도리 씨 기분을 나쁘게 한 만큼”이나 “미도리 씨가 기분 나빠하게 한 만큼”이나 “미도리 씨가 거북하게 한 만큼”이나 “미도리 씨가 거북하게 느끼는 만큼”으로 손보고, ‘가능(可能)한’은 ‘되도록’이나 ‘아무래도’나 ‘모두’로 손봅니다. ‘회수(回收)하도록’은 ‘거두도록’이나 ‘거두도록’이나 ‘돌려받도록’으로 손질하고, ‘구분(區分)하길’은 ‘나누길’이나 ‘헤아리길’이나 ‘살피기를’이나 ‘생각하기를’로 손질해 줍니다.



 공사(工事)  

  (1) 토목이나 건축 따위의 일

   - 사옥 신축 공사 / 공사를 마무리하다

  (2) 형사들의 은어로, ‘고문(拷問)’을 이르는 말

 공사(工師) : 악기를 연주하거나 수공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우두머리

 공사(公私)  

  (1) 공공의 일과 사사로운 일을 아울러 이르는 말

   - 공사를 엄격히 구분하다

  (2) 정부와 민간을 아울러 이르는 말

  (3) 사회와 개인을 아울러 이르는 말

 공사(公事)

  (1) = 공무(公務)

  (2) 조선 시대에, 소송을 속되게 이르던 말

 공사(公使) : [법률] 국가를 대표하여 파견되는 외교 사절

 공사(公舍) = 관사(官舍)

 공사(供司) : [불교] = 공양주

 공사(供辭) : [역사] = 공초(供招)

 공사(空士) : [군사] ‘공군 사관 학교’를 줄여 이르는 말

 공사(空事) = 헛일

 공사(貢士) [역사]

  (1) 고려 시대에, 향시에 급제하여 국자감시에 응시할 자격이 있는 사람에 대한 칭호

  (2) 고대 중국에서, 지방의 제후가 천자(天子)에게 유능한 인물을 천거하던 일

 공사(貢使) : [역사] 공물(貢物)을 바치는 일을 맡아보던 사신(使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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