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025) 입장 1 : 에코페미니즘의 입장에서


이 글은 에코페미니즘의 입장에서 화장과 화장품을 비판하는 글이다

《꿈꾸는 지렁이들》(환경과생명,2003) 48쪽


 에코페미니즘의 입장에서

→ 환경과 여성을 생각하는 자리에서

→ 환경과 여성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 환경과 여성을 생각하면서

→ 환경과 여성을 헤아리는 눈길로

→ 환경과 여성을 걱정하면서

→ 환경을 생각하는 여성주의 테두리에서

→ 환경을 생각하는 여성주의라는 눈으로

 …



  그동안 많은 분들이 ‘입장’이란 한자말은 일본말이고, 이런 낱말은 우리가 안 써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학교에서도 가르치고 방송에서도 다루며 신문이나 잡지에도 곧잘 실리는 한편, 한국말을 이야기하는 책에서도 자주 나옵니다. 그래서 굳이 저 같은 사람까지 이런 일본 한자말 이야기를 글로 쓰지 않아도 되겠다고 여겼습니다. 그렇지만 참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이 일본 한자말을 나무라거나 꾸짖거나 다루는데에도, 이 일본 한자말은 좀처럼 이 땅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더욱이 이 보기글은 ‘환경’과 ‘여성’을 생각한다는 사람들이 썼어요. 환경과 여성을 생각하면서도 일제강점기 찌꺼기말을 털어내지 못하고 말아요. 환경을 헤아린다면, 여성을 살핀다면, ‘입장’처럼 얄궂고 덧없는 한자말은 씩씩하게 몰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느낍니다.


 입장 요금

→ 들어가는 삯

→ 들어가며 치르는 삯

→ 구경삯

 신랑 신부 입장

→ 신랑 신부 들어옴

→ 신랑 신부 들어오기

 미성년자 입장 불가

→ 미성년자 들어올 수 없음

→ 미성년자 못 들어옴

→ 청소년 안 받음


  한국말사전 말풀이를 살펴봅니다. 모두 네 가지 한자말 ‘입장’이 나오는데, “장가를 든다”는 ‘入丈’이나 “죽은 이를 묻는 일”을 가리킨다는 ‘入葬’은 쓰일 일이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낱말을 쓰기는 쓸까요? 장가를 들면 ‘장가들다’라 하면 되고, 죽은 이를 묻으면 ‘묻는다’라 하면 됩니다.


 입장을 표명하다

→ 생각을 밝히다

→ 생각을 말하다

→ 어찌할는지 말하다

 입장이 난처하다

→ 내가 어렵다

→ 내 자리가 힘들다

 입장을 분명히 했다

→ 생각을 또렷이 밝혔다

→ 뜻을 또렷이 했다


  “들어가는” 일을 가리키는 ‘入場’은 ‘들어감’으로 고쳐쓰라고 뜻풀이를 합니다. “처지, 그러니까 ‘선 자리’”를 가리키는 ‘立場’은 ‘처지’로 고쳐쓰라고 뜻풀이를 합니다. 곧, ‘선 자리’나 ‘내 자리’나 ‘자리’나 ‘생각’이나 ‘형편’ 같은 낱말로 고쳐써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적어도 한국말사전이나마 뒤적인다면, ‘아차차, 내가 얄궂은 말을 쓰려고 했구나. 이런이런, 내가 올바르지 않은 말을 자칫 잘못해서 쓸 뻔했구나.’ 하고 느낄 수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쓰는 분이 있습니다. 또한, 이렇게 느끼기는 하더라도 ‘한국말사전이 이러거나 말거나 나는 내 생각대로 쓰면 그만이지’ 하고 고개를 돌리는 분이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선 우리들은 어떤 모습일는지 궁금합니다. 오늘날 이 땅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어떤 매무새일는지 궁금합니다. 한 마디 말을 옳게 추스르는 우리들일까요. 한 줄 글을 알맞게 다스리는 우리들일까요. 말이고 글이고 아무렇게나 써도 괜찮다고 여기는 우리들일까요. 생각이고 넋이고 아무려면 어떠냐고, 돈벌이에나 마음을 쏟을 일이라고 여기는 우리들일까요. 4339.1.9.달/4342.4.3.쇠/4347.8.1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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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환경과 여성 눈높이에서 화장과 화장품을 나무란다


“에코페미니즘(eco feminism)의 입장에서”는 토씨 ‘-의’를 덜어내거나 ‘-이라는’ 토씨를 넣어 줍니다. ‘비판(批判)하는’은 그대로 두어도 되지만, ‘살피는’이나 ‘따지는’이나 ‘살펴보는’이나 ‘다루는’이나 ‘나무라는’으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입장(入丈) : 장가를 듦

 입장(入場) : 장내(場內)로 들어가는 것. ‘들어감’으로 순화

   - 입장 요금 / 신랑 신부 입장 / 미성년자 입장 불가

 입장(入葬) : 장사(葬事)를 지냄

 입장(立場) : 당면하고 있는 상황. ‘처지(處地)’로 순화

   - 입장 표명 / 입장이 난처하다 / 입장을 밝히다 /

     검찰은 수사에 성역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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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198) 입장 3 : 아이 입장에서는


좀 억울한 마음이 없지는 않으나 아이 입장에서는 그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경수-가슴으로 크는 아이들》(푸르메,2006) 19쪽


 아이 입장에서는

→ 아이가 보기에는

→ 아이가 생각하기에는

→ 아이가 느끼기에는

→ 아이 생각에는

→ 아이 눈길에는

→ 아이로서는

→ 아이는

 …



  한자말이라고 해서 딱히 싫어하지 않습니다. 한자말을 굳이 안 쓰려고 하는 마음도 없습니다. 써야 할 말은 씁니다. 쓸 까닭이 없으면 안 씁니다. 그리고 제 느낌과 생각을 제 나름대로 담아내지 못하게 가로막는 말은 안 씁니다. 저마다 다 다르게 생각하고 느낄 텐데, 적잖은 한자말은 우리 생각과 느낌을 판에 박은 듯이 두루뭉술하게 흐트려 놓기도 해서 안 씁니다.


  보기글에는 ‘입장’이라는 한자말이 보입니다. 이 ‘입장’은 ‘순화대상 낱말’이 된 지 오래라,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이 말을 안 쓰려고 애쓰는 분이 많은데, 이런 움직임을 못 느끼거나 모르는 분이 훨씬 많습니다. 한국말을 바르게 쓰자는 이야기를 글로 쓰거나 말로 읊는 분들은 “‘입장’이라는 말 좀 쓰지 맙시다” 하고 늘 되풀이합니다. 그런데, 제가 이 말을 안 쓰는 까닭은 따로 있습니다. 저마다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 다르게 이녁 생각과 느낌을 나타내는 길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보기글을 일곱 가지로 풀어 보았습니다. 더 풀어 볼 수 있어요. 열 가지이든, 스무 가지로든 얼마든지 다르게 풀어낼 수 있습니다. 그때그때 다르고 자리마다 다르며, 사람마다 달라요. “아이가 보기에는 그럴 수 있다”고 말해도 좋고 “아이가 느끼기에 그럴 수 있다”고 말해도 좋습니다. “아이로서는”이나 “아이는”만 써도 괜찮아요. “아이 생각에는”이나 “아이 눈길로는”이나 “아이 눈높이로는”이나 “아이 마음으로는”을 써도 좋습니다. “아이가 받아들이기에는”을 써도 어울리고, “내가 아이였다고 해도”라 해도 잘 들어맞습니다. 그러나 ‘입장’이라는 한자말을 쓰면 죄 막히고 맙니다. 저마다 다 다르게, 그러니까 홀가분하면서 즐겁게 쓸 수 있는 말이 막히고 말아요. 이러니까 저는 ‘입장’이라는 한자말을 안 씁니다. 이 ‘입장’처럼 우리 말문을 막거나 말길을 뚝 끊어 버리는 한자말을 못마땅하다고 느낍니다. 4340.1.6.흙/4347.8.1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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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서운한 마음이 없지는 않으나 아이로서는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를 써도 나쁘지 않지만, “그럴 수 있습니다”라고만 손보거나 “그럴 수 있겠습니다”로 손보면 한결 낫습니다. ‘억울(抑鬱)’은 “아무 잘못 없이 꾸중을 듣거나 벌을 받거나 하여 분하고 답답함”를 뜻합니다. 말뜻 그대로 “좀 억울한 마음이 없지는 않으나”는 “좀 답답한 마음이 없지는 않으나”나 “좀 답답했으나”나 “좀 서운했으나”나 “좀 섭섭했으나”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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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202) 입장 4 : 자신의 입장을 지키려는


우리의 세계관, 인생관은 객관적 사실과 진리에 맞는가 틀리는가에 따라 그 정당성 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세상에는 틀렸다 해도 끝까지 자신의 입장을 지키려는 사람들도 있다

《채희석-참된 삶을 위하여》(현장문학사,1989) 18쪽


 자신의 입장을 지키려는

→ 제 생각을 지키려는

→ 제 믿음을 지키려는

→ 제 자리를 지키려는

→ 제 길을 지키려는

 …



  남들이 이러쿵저러쿵 떠들더라도 꿋꿋하게 한길을 걷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남들이 쑥덕거리는 말에 휘둘리면서 제 길을 못 걷고 이리저리 헤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느 쪽이 옳을까요?


  스스로 길을 살피거나 찾으면서 삶을 가꾸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 들여다보고 나서야 뒤를 좇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어느 쪽이 즐거울까요?


  어느 삶길을 걷든, 참다운 빛을 바라볼 수 있으면 된다고 느낍니다. 어느 삶길을 가꾸든, 아름다운 사랑을 마주할 수 있으면 된다고 느낍니다.


  나는 내 생각을 지킵니다. 너는 네 믿음을 지킵니다. 저는 제 자리를 지킵니다. 우리는 우리 길을 지킵니다. 삶과 넋과 말을 모두 아름답고 사랑스레 지킬 수 있기를 빕니다. 4340.1.18.나무/4347.8.1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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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계와 삶을 보는 눈은 참다운 길에 맞는가 틀리는가에 따라 옳고 그름이 갈린다. 그러나 온누리에는 틀렸다 해도 끝까지 제 길을 지키려는 사람들도 있다


“우리의 세계관”은 “우리 세계관”으로 다듬습니다. 그런데 ‘세계관(世界觀)’은 “세계를 보는 눈”이요, ‘인생관(人生觀)’은 “삶을 보는 눈”입니다. 보기글 첫머리는 “세계와 삶을 보는 눈길”이나 “세계와 삶을 보는 눈”으로 다시 다듬을 만합니다. ‘객관적(客觀的)’은 “자기와의 관계에서 벗어나 제삼자의 입장에서 사물을 보거나 생각하는”을 뜻하고, ‘사실(事實)’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나 현재에 있는 일”을 뜻하며, ‘진리(眞理)’는 “참된 이치”를 뜻합니다. 그러면, “객관적 사실과 진리”란 무엇일까요? “그 정당성(正當性) 여부(與否)가 결정(決定)된다”는 “옳고 그름이 갈린다”로 손봅니다. ‘세상(世上)’은 ‘온누리’로 손질하고 ‘자신(自身)의’는 ‘제’나 ‘내’로 손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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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342) 입장 5 :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게 된다


이 그룹은 일본학술회의에서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자주 보이게 된다

《나카야마 시게루/오동훈 옮김-전후 일본의 과학기술》(소화,1998) 16쪽


 비판적인 입장을 자주 보이게 된다

→ 거의 비판하는 자리에 선다

→ 비판하는 자리에 자주 선다

→ 비판을 자주 한다

 …



  이 보기글처럼 “중립적인 입장”이나 “비난적인 입장”이나 “옹호적인 입장”이라는 말도 쓸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일본 지식인이 일본 한자말로 이런 말을 쓸 테고, 일본책에 적힌 일본 한자말을 한국 지식인이 ‘껍데기로는 한글’로 옮기리라 느낍니다. 이런저런 일본 말투는, “중립에 선다”나 “비난을 한다”나 “옹호를 한다”로 고쳐써야 알맞다고 느낍니다.


 정부를 자주 비판한다

 정부 정책을 자주 비판한다


  오늘 우리가 쓰는 말이 얼마나 알맞거나 어울리거나 괜찮을까 궁금합니다. 올바르지 않은 길로 접어드는 정부를 나무라거나 꾸짖는 사람은 많은데, 올바르지 않은 말을 쓰는 사람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궁금합니다. 한국사람은 한국말을 얼마나 알맞거나 바르게 쓸는지 궁금합니다. 4340.10.21.해/4347.8.14.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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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임은 일본학술회의에서 정부를 비판하는 자리에 자주 선다


‘그룹(group)’은 ‘모임’으로 다듬습니다. “정부에 대(對)해”는 ‘정부를’로 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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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478) 입장 6 : 엄마 입장에서보다는


‘엄마 친구 아들’은 엄마 입장에서보다는 아직은 어려서 엄마의 마음을 잘 이해하기 힘든 어린이 편에서 썼지요

《노경실-엄마 친구 아들》(어린이작가정신,2008) 머리말


 엄마 입장에서보다는 (x)

 어린이 편에서 (o)



  보기글을 살피면, 앞쪽에서는 “엄마 입장”이라 적고, 뒤쪽에서는 “어린이 편”이라 적습니다. 앞쪽에 적은 ‘立場’이 올바르지 않은 줄 드러내는 셈이면서, 어떤 낱말로 풀어내야 알맞을까 하고 스스로 보여준 셈입니다.


  누구나 제 머리로 헤아리고, 제 마음으로 돌아보며, 제 눈으로 봅니다. 제 편에서 바라보며, 제 자리에서 지켜보고, 제 눈높이에서 가늠합니다. 제 쪽만이 아닌 맞은쪽을 헤아리기란 수월하지 않고, 제 둘레만이 아닌 저 둘레을 껴안기란 만만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한 발자국 물러서면 맞은편이 보입니다. 두 발자국 물러나면 맞은쪽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내 앞자리를 내어주면서 마음과 마음이 만나고, 내 뒷자리를 물려주면서 몸과 몸이 어우러집니다.


 엄마 눈높이에서보다는

 엄마 자리에서보다는

 엄마 생각에서보다는

 엄마 마음에서보다는


  온누리 어느 일이 처음부터 수월하겠습니까. 온누리 어느 사람과 만나는 자리가 처음부터 솔솔 풀리거나 엮이겠습니까. 모두 우리가 마음을 기울이기 나름입니다. 언제나 우리가 마음을 베풀기 마련입니다. 한결같이 우리 마음그릇에 따라 달라집니다.


  말 한 마디 알뜰히 쓰려는 마음가짐에 따라서, 한국말을 나날이 북돋울 수 있습니다. 글 한 줄 살뜰히 쓰려는 매무새에 따라서, 한국말은 날마다 새로워지며 거듭납니다.


  내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여기면서 사랑할 때에, 내 눈높이가 아닌 이웃 눈높이가 됩니다. 내 말을 내 생각과 같이 아끼면서 추스를 때에, 내 말투와 말씨와 말본새는 서로서로 살가우며 아름답게 함께할 수 있는 길로 접어듭니다. 4341.11.5.물/4347.8.14.나무.ㅎㄲㅅㄱ



* 보기글 새로 쓰기

‘엄마 친구 아들’은 엄마 편에서보다는 아직은 어려서 엄마 마음을 잘 헤아리기 힘든 어린이 편에서 섰지요


“엄마의 마음을”은 “엄마 마음을”로 다듬고, ‘이해(理解)하기’는 ‘헤아리기’나 ‘생각하기’나 ‘살피기’로 다듬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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