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1374) 일제 1


한 차례, 성인병 검진이라는 명목으로 환자다발지역의 주민에 대하여 일제검진을 하려고 한 적이 있었다

《하라다 마사즈미/김양호 옮김-미나마타병》(한울,2006) 163쪽


 주민에 대하여 일제검진을 하려고

→ 주민들을 모두 검진하려고

→ 주민들 모두를 검진하려고

 …



  한국말사전에 나오는 ‘日製’는 “일본 만년필”이나 “일본에서 만든 만년필”로 손봅니다. 한국에서 만든 물건은 “우리가 만든 만년필”이나 “한국에서 만든 만년펼”이라 하면 됩니다. “일본 제국주의”를 줄여 ‘日帝’라 한다는데, 한자로 적지 않고 한글로만 적어도 됩니다.


 아이들이 일제히 교실에서 나온다

→ 아이들이 한꺼번에 교실에서 나온다

→ 아이들이 우루루 교실에서 나온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로 쏠렸다

→ 사람들 눈길이 한꺼번에 내게 쏠렸다

→ 사람들 눈길이 와락 내게 쏠렸다


  여럿이 한꺼번에 한다는 ‘一齊’를 생각해 봅니다. 한꺼번에 하니 ‘한꺼번에’라 하면 됩니다. 그렇지만, “일제 검거”나 “일제 고사”처럼 일본사람이 흔히 쓰는 말투를 한국에서 고스란히 받아들여서 씁니다. 꽤 오랫동안 이런 말투를 한국에서도 쓰다 보니, 이제 이런 말투가 아니면 이러한 이야기를 나타낼 수 없다고 여깁니다.


  검거를 하든 단속을 하든 점검을 하든 ‘한꺼번에’ 하거나 ‘다 함께’ 합니다. 시험을 치를 적에도 ‘모두 함께’ 치러요. 전국에서 한꺼번에 치르는 시험이라면 “일제 고사”보다는 “전국 시험”으로 쓸 때에 알아듣기에 한결 나으리라 봅니다. 4341.1.7.달/4347.8.1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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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차례, 성인병 검진이라면서 환자가 많은 마을 사람들을 모두 검진하려고 한 적이 있었다


‘명목(名目)으로’는 ‘이름으로’로 다듬습니다. 그러나 “검진이라는 명목으로”는 “검진이라면서”로 다시 다듬습니다. “환자다발(多發)지역(地域)의 주민(住民)에 대(對)하여”는 “환자가 많이 나오는 곳 주민들을”이나 “환자가 많은 마을 사람들을”로 다듬어 봅니다.



 일제(一齊) : 여럿이 한꺼번에 함

   - 일제 검거 / 일제 단속 / 일제 점검 / 일제 고사

 일제(日帝) : ‘일본 제국주의’가 줄어든 말

   - 일제 식민 통치 / 일제 치하의 조국 땅에는 절대로 돌아가지 않겠다

 일제(日製) = 일본제(日本製)

   - 일제 만년필 / 일제 전자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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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538) 일제 2 : 일제히 달아났다


야생 원숭이는 경계심이 아주 많아서 멀리서 볼 수밖에 없었다. 다가가려고 하면 일제히 달아났다

《오카 슈조/김정화 옮김-신들이 사는 숲 속에서》(웅진주니어,2010) 9쪽


 일제히 달아났다

→ 모두 달아났다

→ 모조리 달아났다

→ 한꺼번에 달아났다

 …



  들이나 숲에서 사는 원숭이는 둘레를 아주 꼼꼼히 살핀다고 합니다. 자칫 누군가 저희를 다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들원숭이나 숲원숭이는 가까이 다가가서 볼 수 없어요. 먼 곳에 떨어져서 겨우 살펴볼 수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면 모두 깜짝 놀라 이리저리 달아난다고 합니다. 4347.8.1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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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원숭이는 둘레를 아주 꼼꼼히 살피니, 멀리서 볼 수밖에 없었다. 다가가려고 하면 모두 달아났다


“경계심(警戒心)이 아주 많아서”는 “둘레를 아주 찬찬히 살펴서”나 “둘레를 아주 꼼꼼히 살펴서”로 다듬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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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1467) 정원


부모님과 돌마는 공항 옆에 있는 정원에 갔습니다. 정원에 앉아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티베트 난민 어린이들/베블링 북스 옮김-평화를 그리는 티베트 친구들》 37쪽


 정원에 갔습니다

→ 뜰에 갔습니다

→ 꽃밭에 갔습니다

→ 풀숲에 갔습니다

→ 마당에 갔습니다

 …



  한국말사전에 모두 아홉 가지로 실린 ‘정원’입니다. 이 가운데 우리들이 쓰는 ‘정원’은 두 가지입니다. 먼저 “정한 인원”을 가리키는 ‘定員’을 쓰고, “뜰이나 꽃밭”을 가리키는 ‘庭園’을 씁니다. 나머지 일곱 가지 ‘정원’은 쓰는 사람이 없고, 쓰일 일이 없습니다. ‘正員’이나 ‘正圓’이나 ‘情願’이나 ‘淨院’ 같은 한자말을 누가 쓸까요. 이런 한자말은 묶음표를 쳐서 한자를 밝혀도 쓰임새나 뜻을 알기 아주 어렵습니다.


  역사사전에 실을 낱말이 셋인데, 중국 청나라 군함 이름이나, 조선 숙종 때 스님 이름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한국말사전에 실어야 할 까닭이나 뜻은 조금도 없다고 느낍니다.


 정원 미달 → 사람이 모자람

 정원 조정 → (사람) 숫자를 맞춤

 정원을 줄이다 → (사람) 숫자를 줄이다

 정원이 차다 → (사람) 숫자가 차다

 정원이 모이면 → (사람이) 다 모이면


  한편, ‘定員’이라는 낱말은 자리에 따라서 여러모로 풀어낼 수 있습니다. 써야 할 자리는 써야겠지만, 꼭 안 써도 되는 자리는 살포시 털어내 줍니다.


  정원을 가꾸다 → 꽃밭을 가꾸다

  정원을 꾸미다 → 마당을 꾸미다


  ‘꽃밭’과 ‘뜰’을 뜻한다고 하는 ‘庭園’ 또한, 말 그대로 ‘꽃밭’이라 하거나 ‘뜰’이라 하면 넉넉합니다. 곳에 따라서 ‘마당’으로 손질해도 되고 ‘앞마당’이나 ‘뜨락’이나 ‘앞뜰’로 손질해도 됩니다. 4341.8.9.흙/4347.8.1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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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돌마는 공항 옆에 있는 뜰에 갔습니다. 뜰에 앉아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이야기를 나누었지요”라 적고, “대화(對話)를 나누었지요”라 적지 않은 대목이 반갑습니다.



 정원(正員) : 정당한 자격을 가진 구성원

 정원(正圓) : 완전히 동그란 동그라미

 정원(定員) : 일정한 규정에 의하여 정한 인원

   - 정원 미달 / 정원 조정 / 정원을 줄이다 / 정원이 차다 / 정원이 모이면 

 정원(定遠) : [역사] 중국 청나라가 독일에 발주(發注)하여 건조한 군함

 정원(政院) = [역사] 승정원

 정원(庭園) : 집 안에 있는 뜰이나 꽃밭

   - 정원을 가꾸다 / 정원을 꾸미다

 정원(情願) : 진정으로 바람

 정원(淨院) : 깨끗하고 조용한 집이라는 뜻으로, 절간이나 불당 따위를 이르는 말

 정원(淨源) : [역사] 조선 숙종 때의 중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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