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말 바로잡기

 (797) 시도 1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계속 시도하니까 부모님의 반응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다

《장차현실-엄마 힘들 땐 울어도 괜찮아》(21세기북스,2004) 38쪽


 실망하지 않고 계속 시도하니까

→ 서운해 하지 않고 꾸준히 하니까

→ 아쉽다 하지 않고 자꾸 하니까

→ 주눅 들지 않고 씩씩하게 하니까

 …



  시에서 닦은 길이라 ‘市道’라 한다지만, 도에서 닦은 길을 두고 ‘道道’나 ‘都道’라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군에서 닦은 길을 두고 ‘郡道’라고 한대요. 이런 한자말을 자꾸 쓰기보다는 ‘시내길(시냇길)’이나 ‘군청길’처럼 쓰면 한결 나으리라 봅니다.


  한국말사전에 나오는 ‘示度·示導·始睹·視度’ 같은 한자말은 언제 어디에서 얼마나 쓸 만할까 궁금합니다. 정작 안 쓰는 한자말인데, 일본사전을 베끼면서 알게 모르게 한국말사전에 깃든 한자말은 아닌가 궁금합니다.


  시를 짓는 법을 ‘詩道’라고도 한다지만, 시를 짓는 법은 ‘시짓기’나 ‘시쓰기’입니다. “그 시인은 시도를 단순히 시를 짓는 기교로 생각하지 않는다” 같은 글월은 “그 시인은 시짓기를 그저 손재주로 생각하지 않는다”로 손질합니다. 말이나 소를 부리던 아랫사람을 가리키는 한자말은 이제 한국말사전에서 털 만합니다.


 이번 일은 시도 자체가 무리였다

→ 이번 일은 처음부터 힘들었다

→ 이번 일은 한다는 것부터 어려웠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국회 의원에 당선되었다

→ 몇 번 부딪힌 끝에 국회 의원에 뽑혔다

→ 몇 번 나선 끝에 국회 의언이 되었다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되다

→ 한국에서 처음으로 하다

→ 나라안에서 처음으로 해 보다

 재착륙을 시도하다

→ 다시 내리려고 하다


  어떤 일을 한다고 하면 ‘하다’라 말하면 됩니다. 어느 일을 해 보겠다고 하면 ‘해 보다’라 말하면 됩니다. 국회 의원이 되려고 ‘시도’하는 일은 ‘나서다’나 ‘부딪히다’나 ‘뛰어들다’라 해야겠지요. 흐름을 살피고 뜻을 헤아리면서 한국말을 알맞게 쓰기를 바랍니다. 4337.6.20.해/4347.8.1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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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서운해 하지 않고 자꾸 하니까 부모님도 조금씩 달리 느끼시는 듯하다


“실망(失望)하지 않고”는 “서운해 하지 않고”나 “아쉬워 하지 않고”로 손보고, ‘계속(繼續)’은 ‘자꾸’나 ‘꾸준히’로 손봅니다. “부모님의 반응(反應)이”는 “부모님이 보여주는 모습도”나 “부모님도”나 “부모님 마음도”로 손질하고, “나아지는 것 같다”는 “나아지는 듯하다”로 손질합니다.



 시도(市道) : 관할 시장이 노선을 인정하고 시비(市費)로 건설, 관리, 유지하는 시내 도로

 시도(示度) : 계기(計器)가 가리키는 눈금의 숫자

 시도(示導) : 나타내 보이어 지도함

 시도(始睹) = 초견(初見)

 시도(視度) : 공기 속에 어떤 물질이 떠 있거나 가스가 섞인 정도를 나타내는 대기의 투명한 정도

 시도(詩道) : 시를 짓는 방법

   - 그 시인은 시도를 단순히 시를 짓는 기교로 생각하지 않는다

 시도(試圖) : 어떤 것을 이루어 보려고 계획하거나 행동함

   - 이번 일은 시도 자체가 무리였다 / 몇 번의 시도 끝에 국회 의원에 당선되었다 /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되다 / 재착륙을 시도하다

 시도(?徒) : 예전에, 말이나 소를 먹이는 따위의 천한 일에 종사하던 하인


..



 알량한 말 바로잡기

 (1363) 시도 2 : 한번 시도해 보세요


여러분들도 한번 시도해 보세요

《작은 것이 아름답다》(녹색연합) 138호(2007.11.)


 한번 시도해 보세요

→ 한번 해 보세요

→ 한번 부딪혀 보세요

→ 한번 나서 보세요

 …



  ‘시도’를 하지 않고 ‘도전’을 하지 않았어도 늘 ‘하며’ 살아온 우리들입니다. ‘부딪히기’도 하고 ‘부대끼기’도 하며 ‘겪기’도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여러분들도 해 보세요

 여러분들도 함께 해요

 여러분들도 같이 해요

 우리 어깨동무를 해요


  마음을 제대로 기울일 줄 알아야 어떤 일이든 올바르게 가려낼 수 있습니다. 책을 읽거나 신문을 읽어야 제대로 가려내지 않습니다. 마음을 기울이고 생각을 쏟을 때에 스스로 알아챌 수 있습니다.


  시골에서 흙일꾼이 한 해에 지을 씨앗을 갈무리하면서 아무 씨앗이나 모으지 않아요. 차근차근 살피고 헤아립니다.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라는 어버이는 아무 밥이나 차리지 않아요. 아이들 몸과 마음이 푸근하고 넉넉하게 크기를 바라면서 살뜰히 밥을 차립니다.


  말 한 마디는 어떻게 써야 할까요. 말 한 마디를 쓸 때에 어떤 마음이 되어야 할까요. 삶을 가꾸면서 말을 돌보고 싶은 마음이라면, 삶을 담아내는 말을 찾을 일이라고 느껴요. 우리 삶터와 이웃 마을을 두루 굽어살피면서 말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라면, 나와 이웃을 깊이 돌아보면서 사랑을 보살필 노릇이라고 느껴요. 4340.12.6.나무/4347.8.1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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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량한 말 바로잡기

 (917) 은은


그 살구나무의 꽃은 향기가 얼마나 은은한지 모른다

《도종환-시 창작 교실》(실천문학사,2005) 7쪽


 살구나무의 꽃은 향기가 얼마나 은은한지 모른다

→ 살구나무 꽃은 냄새가 얼마나 부드러운지 모른다

→ 살구나무 꽃내음은 얼마나 잔잔한지 모른다

→ 살구나무 꽃내음은 얼마나 차분한지 모른다

 …



  제가 어릴 적에는 ‘은은’이란 말을 쓰는 사람을 못 만났습니다. 그때에는 ‘은’이라 하면 ‘금은동’ 하는 ‘은’으로만 생각했어요. 중학교에 들어가서 온갖 시험문제를 배우면서 비로소 한자말 ‘은은’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殷殷’ 같은 말을 쓸 일이 있을까요? 이런 한자말은 누가 썼고, 왜 이런 한자말이 한국말사전에 실려야 할까요?


 은은하게 보이는 먼 산

→ 어슴푸레 보이는 먼 산

→ 흐릿하게 보이는 먼 산

 달빛이 창에 은은하게 비치고 있었다

→ 달빛이 창에 흐릿흐릿 비친다

→ 달빛이 창에 어슴푸레하게 비친다

 절에서 들려오는 은은한 종소리

→ 절에서 들려오는 아득한 종소리

→ 절에서 들려오는 잔잔한 종소리


  어슴푸레하면 ‘어슴푸레하다’고 말해야 올바릅니다. 흐릿하다면 ‘흐릿하다’고 말해야 알맞습니다. 아득할 때에는 ‘아득하다’고 말해야겠지요.


  보기글을 헤아려 봅니다. 보기글에서는 살구꽃 냄새를 나타내려 합니다. 이때에는 ‘어슴푸레·흐릿함·아득함’은 그리 안 어울리지 싶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부드러움·보드라움·잔잔함·차분함’ 같은 낱말을 넣어야지 싶습니다. 4338.4.2.흙/4347.8.1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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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살구나무 꽃은 냄새가 얼마나 보드라운지 모른다


“살구나무의 꽃”은 “살구나무 꽃”으로 다듬고, ‘향기(香氣)’는 ‘냄새’나 ‘내음’으로 다듬습니다.



 은은(殷殷) : 들려오는 대포, 우레, 차 따위의 소리가 요란하고 힘차다

 은은(隱隱)

   (1) 겉으로 뚜렷하게 드러나지 아니하고 어슴푸레하며 흐릿하다

    - 안개 속에 은은하게 보이는 먼 산 / 달빛이 창에 은은하게 비치고 있었다

   (2) 소리가 아득하여 들릴 듯 말 듯 하다

    - 절에서 들려오는 은은한 종소리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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