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처럼 글을 쓰다



  ‘우리 말 바로쓰기 사전’을 하나 선보이려는 생각에 글을 아주 바지런히 하루 내내 쓴다. 벌써 여러 날 이렇게 쓴다. 글이야 날마다 쓰지만, 지난 스무 해 남짓 조금씩 써서 모은 글을 여러 날에 걸쳐 모조리 되읽고 가다듬는다. 머리가 열리고 생각을 트는 날, 스무 해치 글을 하루아침에 재빨리 빛처럼 손질할 수 있구나 하고 깨닫는다. 참말 빛과 같이 빠르게 글판을 두들긴다.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이 그야말로 빛과 같이 빠르게 흐르고, 이 흐름을 고스란히 갈무리하고 싶으니 손가락도 손목도 팔목도 팔뚝도 등허리도 두 눈도 힘을 불끈 주면서 모든 기운을 쏟는다. 두 아이가 곁님하고 한 시간 남짓 신나게 노래하고 춤추다가 조용히 곯아떨어진다. 언제나 고맙게 살아가는 한솥지기가 있으니 빛처럼 글을 쓸 수 있다. 4347.8.1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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