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짝물에 떠내려 가는 가랑잎



  나뭇잎이 나뭇가지에 떨어질 적에 ‘톡’ 소리가 난다. 바람을 타고 살랑 설렁 하면서 땅바닥에 떨어지면서 ‘툭’ 소리가 난다. 날마다 톡툭 소리를 듣다 보니 어디에서 뭔 소리가 들리면 이 소리가 나뭇잎 소리인지 풋감 떨어지는 소리인지 새가 똥을 누고 날아가려는 소리인지 새가 나뭇가지에 앉아 애벌레나 열매 따먹으며 내는 소리인지 헤아려 본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개구리가 폴짝 뛰면서 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풀벌레가 펄쩍펄쩍 뛰면서 풀잎을 오가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매미가 우는 소리라야 귀에 닿지 않는다. 사마귀가 메뚜기를 잡아먹는 소리도, 잠자리가 거미줄에 걸리는 소리도, 실잠자리가 한여름에 갑작스레 봉오리를 틔우는 장미나무 가지 끝에 살포시 내려앉는 소리도 들을 수 있다.


  골짜기에 온몸을 담가 물빛을 느끼다가 가랑잎 하나를 만난다. 골짜기에 그늘을 드리워 주는 나무는 틈틈이 잎을 떨군다. 톡톡 툭툭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우렁찬 골짝물 소리에 가랑잎 소리가 묻힐 듯하지만, 참말 하나도 안 묻힌다. 톡 소리를 내며 떨어지려는 나뭇잎을 바라보았기 때문에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내 마음이 저 나무에 닿기에 가랑잎이 골짝물을 타고 흐를 적에 가만히 지켜볼 수 있을까.


  한여름에도 누렇게 빛이 바랜 잎을 본다. 그래, 가을에는 노오란 잎을 보지 않는다. 여름에도 보고 봄에도 본다. 4347.8.5.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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