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효진의 공책
공효진 지음 / 북하우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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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보집’으로 그치고 만 ‘공책’

― 공효진의 공책

 공효진 글

 북하우스 펴냄, 2010.12.13.



  한국에서 꾸준히 나오지만 그야말로 꾸준히 안 팔리는 책 가운데 하나는 ‘환경책’입니다. 어른이 읽을 환경책은 어른 스스로 안 사거나 안 읽기 일쑤입니다. 어린이가 읽을 환경책은 어버이나 교사가 사 주어 읽히지만 독후감 숙제를 내면 잊히기 일쑤입니다. 어른이 읽는 환경책은 인문지식만 가득하기 마련입니다. 어린이가 읽는 환경책은 도시에서 몇 가지 실천 사례를 보여주거나 지구별 위기를 알려주는 데에서 그치곤 합니다.


  ‘환경책’이란 무엇일까요. 환경책은 왜 읽어야 할까요. 환경책이 이럭저럭 꾸준히 나와서 읽히지만 지구 환경과 한국 환경은 그리 안 달라지지 싶은데,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즐겁거나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요.



.. 무엇보다 뿌연 서울 하늘을 브리즈번의 파란 하늘처럼 바꾸고 싶은 바람이 생겼다 … 그때 가슴속 깊이, 토토가 그냥 집에서 키우는 개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나와 소통하는 하나의 생명이었다 ..  (30, 65쪽)



  ‘환경책’을 알자면, 먼저 ‘환경(環境)’이라는 한자말부터 또렷이 알아야 합니다. 이 한자말은 “생물에게 직접·간접으로 영향을 주는 자연적 조건이나 사회적 상황”을 뜻합니다. 그러니까 ‘자연 조건’이나 ‘사회 상황’을 가리켜 ‘환경’이라 일컫는 셈입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환경책은 자연 조건이나 사회 상황을 들려주는 책이 아닙니다. 환경책은 환경을 푸르게 가꾸자는 이야기를 담습니다. 영어로 ‘에코북’이나 ‘그린북’이라 하는 사람이 있기도 한데, 이름을 올바로 붙인다면 ‘푸른책’이라고 할 만합니다.


  그런데, ‘푸른책’이라고 해도 제 뜻을 담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푸름이’라는 낱말은 초·중·고등학교 청소년을 가리키는 한국말이기도 한 터라, ‘푸른책’이라 하면 ‘청소년책’하고 뒤섞입니다.


  더 생각을 이어 환경책이 무엇을 바라는지 살펴볼 노릇입니다. 지구가 아름답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겠지요? 도시가 자꾸 커지면서 나무와 풀이 사라지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여기지요? 끝없는 개발과 문명이 아니라, 맑은 바람과 밝은 빛과 싱그러운 물과 푸른 숲이 어우러진 모습을 바라는 책이겠지요? 따사롭고 아름다우면서 사랑스러운 삶을 바라는 책이 환경책이라 한다면, 이러한 길로 나아가는 모습은 ‘숲’으로 가는 길입니다. 곧, 제대로 붙일 이름이라면 ‘숲책’입니다. 환경책이 아닌 숲책은 숲을 살리고 숲을 노래하며 숲을 가꾸는 길을 밝힐 때에 제대로 빛납니다.



.. 지퍼백은 정말 튼튼하고 다양하게 사용이 가능해서 정말 좋다. 잘만 쓰면 몇 번이고 재사용이 가능하다. 그래서 나는 싱크대에 빨래집게를 걸어 놨다. 설거지하고 난 축축한 수세미, 한 번 쓴 비닐, 생선 담아 뒀던 지퍼백을 물에 잘 헹궈서 집게에 매달아 놓는다. 이게 다 마르면? 다시 쓰는 거다 ..  (170쪽)



  공효진 님이 《공효진의 공책》(북하우스,2010)이라는 책을 선보입니다. 공효진 님은 이 책이 ‘환경책’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책에는 환경 이야기, 다시 말하자면 숲 이야기가 몇 줄 없습니다. 이 책은 거의 모두 ‘배우 공효진 화보’로 이루어졌고, 사이사이 짤막하게 글이 깃듭니다.


  공효진 님으로서는 환경책을 내고 싶었다 하는데, 그러면, 책을 두 가지로 나누어 내놓아야 올바릅니다. 하나는 ‘공효진 화보집’으로 묶고, 다른 하나는 ‘공효진 환경 이야기’로 묶어야지요. 개인 화보와 일상 이야기는 ‘공효진 화보집’에 넣은 뒤, 공효진 님 스스로 삶을 가꾸거나 밝히거나 고치는 이야기는 ‘공효진 환경책’으로 담을 노릇입니다.


  그런데, 《공효진의 공책》을 읽으면, 공효진 님이 스스로 바꾸거나 가꾸는 ‘푸른 숲 이야기’는 몇 줄 안 돼요. 알맹이가 아주 많이 모자랍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책을 섣불리 빨리 낼 일이 아닙니다. 더 배운 뒤에 더 글을 가다듬고 더 살피고 ‘푸른 나날을 살아낸’ 다음에 책을 선보일 노릇입니다. 알맹이가 모자라다면, 알맹이가 그득그득 찰 때까지 더 삭히고 묵히고 쟁여서 이야기를 늘려야지요. 괜히 화보를 잔뜩 집어넣어서 ‘없는 알맹이를 가릴’ 일이 아닙니다. 이렇게 되면, 《공효진의 공책》은 환경책 구실을 못합니다.



.. 난 이 책을 읽은 모든 분들이 자기 자신을 더 많이 돌보고 사랑하길 바란다 ..  (247쪽)



  공효진 님도 이녁 스스로 더 많이 돌보고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공효진 님이 지내는 보금자리를 돌보고 사랑할 뿐 아니라, 공효진 님이 쓰는 말도 아름다운 한국말이 되도록 가다듬고 돌보며 사랑하기를 바랍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삶이란, 꽃을 심고 들짐승을 돌보는 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런 일은 아주 조그마한 첫걸음입니다. 첫걸음을 떼는 일도 뜻이 있으나, 첫걸음에서 제자리걸음을 하면 아무것이 되지 않습니다. 첫걸음을 떼었으면 씩씩하게 나아갈 일입니다. 첫걸음을 지나 씩씩하게 나아간 수많은 길과 이웃을 느껴 차곡차곡 담을 일입니다.


  4대강 막공사 현장에도 가 보고, 내성천에서 씩씩하게 숲을 돌보면서 ‘숲과 냇물을 살리는 이야기를 영화로 찍는’ 지율 스님을 찾아뵙기도 하면서, 시골에서 오순도순 즐겁게 살아가는 수수한 이웃을 만나기도 하기를 바랍니다. 배우나 연예인이기에 대중교통을 타기 힘들 일이란 없습니다. 아마 사람들은 너무 바빠 지하철이나 버스에 배우나 연예인이 타도 알아보지 못하기 마련이지 싶습니다. 다들 제 갈 길이 바쁜데 연예인이나 배우 한 사람이 탔다 한들 무엇이 대수롭겠습니까. 그리고, 연예인이나 배우가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면, 오히려 홍보 효과가 되겠지요. 저 배우나 연예인은 자가용을 안 타고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는구나, 참 아름답구나, 참 멋지구나, 하는 생각을 불러일으키겠지요.


  서울에서 살며 공효진 님이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많고, 서울에서도 얼마든지 숲을 가꾸고 돌보며 사랑하는 길을 열 수 있습니다. 이런 수많은 이야기를 ‘환경책’으로 담으려 하지 못한 채, 화보집 만들기로 그친다면, 《공효진의 공책》은 너무 아깝습니다. 부디, 하루빨리 ‘화보집’과 ‘숲책’으로 나누는, 제대로 된 고침판이 나오기를 바랍니다. 4347.7.3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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