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끈



  아이들과 읍내로 마실을 가는 길이다. 군내버스를 타고 가는데, 포두면에서 초등학교 가시내가 넷 탄다. 아침 일찍 부산을 떨며 나왔기에 머리를 감은 뒤 미처 말리지 못한 채 길을 나섰다. 읍내에 닿기 앞서, 아직 덜 말랐지만 내 긴 머리카락을 머리끈으로 묶는다. 군내버스 맨 뒤에 앉은 포두면 초등학교 가시내들이 문득 “빨간 색.”이라 말한다. 응? 아, 내 머리끈이 빨간 빛깔이라는 소리로구나. 그런데 빨간 빛깔이 뭐 어때서?

  얘들아, 너희들 아니? 한겨레뿐 아니라 지구별 어느 나라에서든 다들 머리카락을 길게 둔 채 살았어. 머리를 깎지 않았단다. 오늘날처럼 ‘사내는 짧은머리’요 ‘가시내는 긴머리’라고 하는 틀에 박힌 생각을 하지 않았어.

  시골에서 아저씨가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릴 뿐 아니라, 긴머리를 빨간 빛깔 머리끈으로 묶으니 ‘볼 만할’까. 아니면 ‘안 볼 만할’까. 일곱 살 큰아이 긴머리는 흙빛 머리끈으로 묶어 준다. 4347.7.3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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