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에어컨 책읽기



  시골에서도 군내버스는 에어컨을 켠다. 시골에서만큼 군내버스가 에어컨을 안 켜고 창문을 열도록 하면 얼마나 시원하랴 싶지만, 막상 버스 일꾼이나 마을 할배나 할매는 창문바람을 바라지 않는다. 늙은 할매는 창문을 열 기운이 없기도 하고, 모처럼 버스를 탔으니 에어컨을 쐬어야 한다고 여기시는구나 싶기도 하다.


  마을 어귀에서 읍내까지 군내버스를 20분 동안 달리다 보면 으슬으슬 춥다. 창문을 열고 바람을 쐬면 20분이 아닌 한 시간을 쐬어도 춥다는 생각이 안 들고 시원하기만 하다. 그래, 나무그늘에 앉아서 풀바람을 쐬면 하루 내내 시원하다. 지하철이나 전철이나 기차에서 흐르는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한 시간이나 두 시간, 때로는 서너 시간이나 너덧 시간을 지내야 하면 찬기운을 잔뜩 먹은 나머지 머리가 어질어질하면서 괴롭다.


  생각해 보니 그렇다. 자가용을 몰며 에어컨을 늘 쐬는 사람들은 몸이 아플밖에 없다. 자가용이 아닌 전철이나 버스를 타더라도 으레 에어컨을 쐬는 사람들은 몸이 고단할밖에 없다. 여름이 더운 까닭은 숲이 사라지고 나무가 우거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흙으로 된 땅에서 풀이 싱그럽게 자라면서 나무가 그늘을 드리우면 더위가 으르렁거리지 못한다. 흙을 몰아내고 시멘트와 아스팔트만 불러들이는 한편, 숲과 나무를 멀리 밀어내기만 한다면, 여름은 자꾸 더울 수밖에 없다. 더운 여름에 풀바람이 아닌 에어컨으로 찬기운만 만들면 ‘더위 식히기’가 아닌 ‘몸 망가뜨리기’가 되리라 느낀다. 게다가, 에어컨이 돌아가면서 지구별까지 아프다. 에어컨을 트는 사람들은 스스로 몸을 망가뜨릴 뿐 아니라, 지구별까지 무너뜨리는 셈이다. 4347.7.2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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