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Man From Earth (맨 프럼 어스) (한글무자막)(Blu-ray) (2007)
Starz / Anchor Bay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지구별 사람

The Man From Earth, 2007



  사람은 나이로 따질 수 없다. 나와 너 사이에 나이로 금을 그을 수 없다. 사람은 언제나 마음으로 만난다. 나이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늘 마음을 나누면서 사랑을 꽃피운다. 마음이 있기에 사람이 된다. 마음이 있지 않다면, 겉모습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사람답게 살지 못한다.


  나는 몇 살인가. 너는 몇 살인가. 나이를 따지려 한다면 어떤 나이를 따지고 싶은가. 나이를 따지려 한다면 나이를 따져서 무엇을 보거나 알고 싶은가.


  나이를 많이 먹었으나 마음이 깊지 않으면 철부지이다. 나이를 적게 먹었으나 마음이 깊으면 비로소 사람이다. 철부지를 두고 ‘사람’이라 말하지 않는다. 나이를 먹건 안 먹건 철이 들어야 비로소 ‘사람’이 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철들기’가 ‘사람 되기’란 뜻이고, ‘철’이란 ‘열린 마음’과 ‘트인 생각’이다. ‘참다운 슬기’가 바로 ‘철’이다.


  이 땅을 올바로 바라볼 수 있을 때에 철이 들었다고 말한다. 나와 너를 따사롭고 넉넉하게 사랑할 수 있을 때에 철이 든다고 말한다.


  영화 〈지구별 사람(The Man From Earth)〉을 본다. 제 나이를 모르는 서른다섯 살 사내가 주인공이다. 언제나 서른다섯 살 몸으로 살아간다는 주인공은 얼추 만사천 해쯤 살았다고 한다. 앞으로 만사천 해를 더 살는지 모르고,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할는지 모른다. 앞길은 알 수 없다. 다만, 앞길은 모르더라도 지나온 길은 안다. 앞길을 모르니까 앞으로도 살아갈 수 있고, 지나온 길을 아니까 앞으로 살아갈 길을 생각할 수 있다.


  역사나 과학이나 문화나 종교나 철학이란 무엇일까. 이런 것들은 왜 있어야 할까. 우리한테는 무엇이 있어야 하는가? 학교가 있어야 하나? 도시나 문명이나 돈이 있어야 하나? 아니다. 어느 것도 부질없다. 우리한테는 언제나 꼭 한 가지만 쓸모가 있다. 바로 ‘삶’이다. 삶 앞에서 어느 것도 뜻이나 값이 있을 수 없다. 삶이 없이 1조나 100조와 같은 돈이 주머니에 있다 한들 무슨 뜻이 있을까. 삶(살 날)이 고작 한 해밖에 안 남은 재벌한테 1000조 같은 돈이 얼마나 대수로울까. 삶이 열 해쯤 남은 학자나 지식인한테 책이란 얼마나 대수로울까.


  사람이 사람다우려면 삶을 삶답게 바라보면서 가꿀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이 사람다운 길을 걸으면서 환하게 빛나려면, 삶을 삶답게 마주하면서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사랑이 없으면 하루도 살지 못한다. 마음을 열어 사랑이라는 씨앗을 심기에, 지구별 사람은 오늘도 새롭게 아침을 맞이해서 씩씩하고 즐겁게 노래를 부를 수 있다. 4347.7.27.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영화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