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사마귀는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사마귀는 다른 벌레를 우악스럽게 잡아먹는다고들 말한다. 그래, 그렇게 볼 수 있다. 사람은 어떠할까? 사람은 다른 사람을 우악스럽게 잡아먹지 않는가? 다른 사람을 우악스럽게 괴롭히거나 따돌리거나 죽이지 않는가? 전쟁무기를 끔찍하게 만들어서 ‘거짓 평화’를 내세우기만 하지 않는가?


  사마귀는 사마귀로서 사마귀 밥을 먹는다. 사마귀는 지구별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갓 깨어난 좁쌀만 한 조그마한 아기 사마귀는 으레 거미줄에 붙들려 죽고, 다른 벌레한테 잡아먹혀 죽는다. 어른 사마귀는 다른 벌레를 잡아먹지만, 아기 사마귀는 다른 벌레한테 잡아먹힌다.


  서재도서관 창문을 타고 들어온 풀사마귀를 본다. 얘야, 어디까지 들어오니? 내가 너를 창가에서 봤으니 잘되었구나. 내가 너를 못 보았으면 문을 모조리 닫고 나갔을 텐데, 그러면 너는 이곳에서 굶어죽는단다.


  풀빛 사마귀는 나를 바라본다. 내가 움직이는 대로 머리를 또랑또랑 움직인다. 손가락을 내민다. 대나무 작대기도 내민다. 풀빛 사마귀는 대나무 작대기로 옮긴다. 대나무 작대기를 바깥으로 내놓는다. 4347,7,2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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