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질을 하는 팔


  여러 날 비가 잇달아 내린다. 해가 나지 않아도 꽤 덥다. 여름에 축축한 기운이 곳곳에 넘치기 때문이지 싶다. 아이들은 아침부터 뛰놀기에 늘 땀투성이로 지낸다. 여러 차례 씻기지만 땀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잠자리에서 한 아이씩 부채질을 해 준다. 어느새 ‘부채질로 나는 철’이 되었구나 싶다. 아이들이 까무룩 잠들면 땀이 덜 돋지만, 작은아이가 자꾸 안 자면서 장난을 치려 하니 작은아이를 자꾸 부채질을 해 주어야 한다. 한 시간쯤 부채질을 하다가 팔도 아프고 졸음까지 밀려든다. 부채질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잠든다. 작은아이도 저 스스로 알아서 잠들었겠지. 이러다가 번쩍 잠을 깬다. 몇 시인가. 아침인가 밤인가. 아이들 이를 고치러 아침 일찍 읍내로 시외버스를 타러 가야 한다. 아이들 옷과 짐은 미리 꾸렸지만 이것저것 챙겨야 하니 새벽에 더 일찍 일어나야 한다. 허둥지둥 일어나고 보니 밤 열두 시이다. 아직 멀었구나. 낯을 씻고 기지개를 켠 다음 살짝 더 누워야겠다. 4347.7.9.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