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다섯 차례 누고


  네 살 작은아이가 아침부터 똥을 다섯 차례 눈다. 처음 눈 똥과 셋째 눈 똥은 꽤 많다. 둘째와 넷째로 눈 똥은 적었고, 다섯째로 눈 똥은 묽다. 손님이 여럿 찾아와서 여러 날 그야말로 신나게 잠까지 좇으면서 놀더니, 천천히 몸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하다. 손님이 모두 돌아가신 뒤에는 천천히 놀고, 천천히 먹다가, 천천히 하품을 하고는 혼자 잠자리로 걸어가서 이불을 스스로 덮고 눕는다. 자면서 왼쪽에 장난감 자동차를 놓는다.

  그러고 보면, 나도 작은아이만 하던 때부터 열 살 언저리까지, 또는 그 뒤로도 잠자리에 장난감을 놓았지 싶다. 꿈에서도 이 장난감하고 함께 놀고 싶다고 생각했지 싶다.

  일곱 살 큰아이는 똥을 한 차례 푸지게 눈다. 더 누지는 않는다. 큰아이도 작은아이와 마찬가지로 가볍게 논다. 가볍게 먹고, 가볍게 말하며, 가볍게 노래한다. 큰아이도 곧 작은아이 곁에 눕겠지. 아버지는 곧 작은아이 곁에 누울 생각이다. 큰아이도 더 버티지 말고 느긋하게 잠자리에 들어 여러 날 마음껏 움직인 몸을 넉넉하게 쉬어 주기를 빈다. 4347.7.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