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쓰면 우리 말이 깨끗하다

 (143) 등의 1 : 병원가방 등의 선물


예전엔 초콜릿으로 만든 토끼와 공을 선물했지만, 지금은 그림책, 자전거, 병원가방 등의 선물이 보통이다

《안드레아 브라운/배인섭 옮김-소비에 중독된 아이들》(미래의창,2002) 45쪽


 병원가방 등의 선물이 보통이다

→ 병원가방 같은 선물이 흔하다

→ 병원가방을 으레 선물한다

→ 병원가방 들을 흔히 선물한다

 …



  한국말은 ‘들’이고 한자말은 ‘等’입니다. 두 낱말을 쓰는 자리는 같습니다. 다만, 한쪽은 한국말이고 다른 한쪽은 한자말일 뿐입니다.


  한국말사전을 보면, “울산, 구미, 창원 등과 같은 공업 도시”라든지 “주인공의 성격이나 행동 등이”라든지 “전남, 전북, 경남 등 3도 유격대의 씨름 선수” 같은 보기글이 나오는데, ‘등’만 ‘들’로 고치면 돼요.


  이 자리에서는 ‘등 + -의’ 꼴입니다. ‘등’만 ‘들’로 바꾼다고 토씨 ‘-의’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때에는 말짜임을 바꾸면 됩니다. 말짜임을 올바로 다스리지 못하니 토씨 ‘-의’가 끼어들거든요. 4338.2.2.물/4347.7.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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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초콜릿으로 만든 토끼와 공을 선물했지만, 이제는 그림책, 자전거, 병원가방 들을 흔히 선물한다


‘지금(只今)’은 ‘이제’나 ‘요즘’으로 다듬습니다. “병원가방 등의 선물이 보통(普通)이다”는 “병원가방을 흔히 선물한다”나 “병원가방 들을 으레 선물한다”로 손질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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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19) 등의 3 : 대구 등의 광역시

대전, 대구 등의 광역시를 두 곳이나 지날 뿐만 아니라, 서울-천안 간 수도권 구간은
《신명식-간이역 오감도》(이지북,2010) 183쪽

 대전, 대구 등의 광역시
→ 대전, 대구 같은 광역시
→ 대전, 대구와 같은 광역시
→ 대전, 대구라는 광역시
 …


  보기글을 가만히 보면, 광역시를 두 곳 지난다고 합니다. 이러면서 “대전, 대구 둥의”처럼 글을 씁니다. 두 곳을 이야기하면서 ‘등의’를 넣어요. 두 곳이 아닌 서너 곳이나 대여섯 곳쯤 된다면 ‘들’이나 ‘等’을 넣을 만하지 싶어요. 그러나, 딱 두 곳이라 하면 ‘들’이나 ‘等’을 넣기보다는 “대전, 대구라는 광역시”라고만 적으면 돼요. 또는 “대전광역시와 대구광역시”라고 적습니다. 4347.7.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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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대구 같은 광역시를 두 곳이나 지날 뿐만 아니라, 서울-천안 사이 수도권 길은

“서울-천안 간(間)”은 “서울-천안 사이”로 다듬습니다. ‘구간(區間)’은 어느 한 곳과 다른 한 곳 사이를 가리키는 한자말입니다. 보기글을 보면 ‘간’과 ‘구간’이라는 한자말이 잇달아 나옵니다. “수도권 구간”은 겹말이라 할 만합니다. 이 대목에서는 “서울-천안 사이 수도권 길은”이나 “서울-천안 사이 수도권은”으로 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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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145) 등의 4 :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를 주요한 에너지원으로
《정혜진-태양도시》(그물코,2004) 29쪽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
→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
→ 천연가스라든지 여러 가지 화석연료
→ 천연가스를 비롯한 화석연료
 …


  토씨 ‘-의’를 붙이는 버릇이 널리 퍼져요. 그런데, 한자말 ‘等 + -의’ 꼴로는 쓰더라도 한국말 ‘들 + -의’ 꼴로는 거의 안 씁니다. 이 보기글을 ‘등’만 ‘들’로 바꾸어서 읽어 보셔요. 참말 ‘들의’ 꼴로 쓰는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고 할 만합니다. 말투를 알맞게 추스르기를 바랍니다. 4347.7.1.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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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석탄,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

“주요(主要)한 에너지원(energy源)”이라 적는데, ‘주요’는 “주되고 중요함”을 뜻하고, ‘에너지원’은 “에너지의 근원”을 뜻한다고 합니다. ‘주(主)되다’는 “주장이나 중심이 되다”를 뜻하고, ‘중요(重要)’는 “귀중하고 요긴함”을 뜻하며, ‘중심(中心)’은 “사물이나 행동에서 매우 중요하고 기본이 되는 부분”을 뜻한다고 합니다. ‘주요’에서 비롯하는 한자말은 돌고 돌 뿐입니다. 실마리를 찾을 수 없습니다.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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