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44] 풀



  이웃한테서 ‘산야초 발효원액’을 선물로 받습니다. 고운 상자에 담은 고운 병을 만지면서 즐겁습니다. 이 고운 병에는 얼마나 고운 풀물이 깃들었을까 하고 생각하면서, 병에 붙은 종이딱지를 읽습니다. ‘○○○ 산야초 발효원액’이라는 이름을 읽습니다. ‘산야초(山野草)’라 하는군요. 그러고 보면, 마을 할매와 할배는 늘 ‘잡초(雜草)’를 뜯거나 농약을 뿌려 죽입니다. 도시에서 지내는 이웃들은 ‘채식(菜食)’이나 ‘생채식(生菜食)’을 합니다. ‘유기농 채소(菜蔬)’를 찾아서 먹는다든지 아이들한테 ‘야채(野菜)’를 먹이려고 애쓰기도 해요. 아이들과 아침을 먹으면서 한동안 생각에 잠깁니다. 중학교 적에 배운 김수영 님 시 〈풀〉을 떠올립니다. 오늘날에도 학교에서 아이들은 〈풀〉이라는 시를 배우리라 느껴요. 그러나, ‘풀’을 풀로 배우거나 바라보지는 않습니다. 늘 풀에 둘러싸여 살아가면서 풀을 풀로 느끼지 못하기 일쑤이고, 언제나 풀을 먹으면서 풀을 풀이라 여기지 못하기 일쑤입니다. 숲에도 들에도 밭에도 멧골에도 바닷가에도 길에도 빈터에도 꽃그릇에도 푸르게 빛나는 싱그러운 풀이 돋습니다. 4347.6.2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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