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43] 하얀눈이



  곁님이 아이들한테 만화영화를 보여줍니다. 무슨 만화영화인가 하고 기웃거리니 ‘백설공주’입니다. 그런데 곁님은 아이들한테 ‘백설공주’라는 이름을 안 쓰고 ‘하얀눈이’라는 이름을 씁니다. ‘하얀눈이’가 뭔가 하고 생각하다가 아하 하고 깨닫습니다. 그래요, 만화영화에 나오는 아이는 ‘하얀눈이’로군요. 아무래도 일본을 거쳐서 들어왔을 작품인 ‘백설공주’일 텐데, 이 작품을 지난날 한국 작가와 번역가와 어른은 그저 한자로 ‘白雪公主’라 썼을 뿐입니다. 아이들 어느 누구도 하얗게 내리는 눈을 ‘백설’이라 말하지 않지만, 어른들은 구태여, 어른들 가운데에서도 학교를 다니거나 책 좀 읽었거나 지식이 있다고 여기는 이들은 굳이, ‘백설’이라 읊습니다. ‘흰눈’도 ‘하얀눈’도 말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한국말사전을 들추면 ‘白雪’이라는 한자말만 덩그러니 실리고, 한국말은 안 실려요. 하얗게 내리는 눈이기에 ‘하얀눈·흰눈’이요, 하얗게 내리는 눈처럼 고우면서 환한 빛을 가슴에 품은 아이인 터라 ‘하얀눈이’입니다. 4347.6.2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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