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길들인다



  우리 집 큰아이는 2014년에 일곱 살이다. 이 말은 무슨 뜻인가 하면, 나는 아이하고 일곱 해를 오롯이 살았다는 뜻이다. 지난 일곱 해를 가만히 돌아보면, 나는 큰아이한테도 작은아이한테도 노래를 참 자주 많이 불러 주었다. 처음 큰아이한테 노래를 불러 주던 때에는, 그러니까 예닐곱 해 앞서는 수줍음이 많았다. 누가 옆에 있으면, 이를테면 곁님이 옆에 있을 때조차 노래를 못 불렀다. 이러다가 작은아이가 태어나고 두 아이를 데리고 나들이를 다니면, 전철에서건 버스에서건 길에서건 스스럼없이 노래를 부른다. 참말 서울 지하철이나 부산 지하철에서도 자장노래를 부른다. 한길에서도 노래를 부르고, 식당에서도 노래를 부른다. 아이들이 느긋하면서 너그러운 마음이 되어 잠들 수 있도록 내 온 넋을 기울인다.


  늘 노래와 살아가는 아이들인 터라 아이들은 내가 노래를 부르지 않아도 스스로 부른다. 아이들은 스스로 말과 가락을 지어서 부르기도 한다. 내가 몸이 참 많이 고단해서 도무지 자장노래를 못 부르겠구나 싶은 날에는 두 아이가 갈마들면서 저희끼리 자장노래를 부르다가 곯아떨어진다.


  잠든 아이들 이마를 쓰다듬고 이불깃을 여미면서 생각한다. 나는 우리 아이들을 길들이는가? 어찌 보면 길들인다고도 할 만하다. 그러나, 나는 우리 아이들한테 아무 마음이 없다. 아이들한테 들려주는 노래란, 무엇보다 내가 나한테 불러 주는 노래이다. 아이들과 나누는 이야기란, 무엇보다 내가 나한테 베푸는 이야기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노래를 부르는 까닭을 늘 느낀다. 아이들은 안다. 스스로 부르는 노래는 바로 스스로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스스로 읊는 말은 언제나 스스로 스며든다. 어른들이 아이더러 고운 말 쓰라고 가르칠 까닭이 없다. 어른도 아이도 스스로 느끼면 될 뿐이다. 우리가 스스로 쓰는 말은 늘 스스로 젖어든다. 우리가 스스로 가꾸는 삶은 언제나 스스로 이루는 새로운 하루가 된다.


  어느 누구도 아이를 길들일 수 없다. 우리는 언제나 아이들한테 삶과 사랑과 꿈을 ‘빛’으로 보여줄 뿐이다. 얘들아, 참 고맙구나. 4347.6.26.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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