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발바닥 주무르기



  하루 내내 실컷 뛰논 아이들 발바닥을 주무른다. 처음에는 머리를 주무른다. 머리를 살살 앞뒤 골고루 주무르고는 얼굴로 내려오고 어깨와 가슴과 옆구리를 거쳐 엉덩이와 허벅지와 무릎과 종아리를 지나 발목과 발바닥을 주무른다. 이렇게 주무르고는 팔뚝과 팔꿈치와 팔등과 손가락까지 찬찬히 주무른다. 아이들 몸을 주무르고 보면, 아이들은 굳이 안 주물러도 잠자리에 눕는 때에 ‘하루 동안 쌓인 고단함’이 모두 풀리는구나 하고 느낀다. 이렇게 느끼면서 구태여 아이들 몸을 주무르는 까닭은 한결 씩씩하고 튼튼히 자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저희 몸을 스스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자랄 텐데, 아이들 곁에 어버이가 언제나 있고, 앞으로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숱한 동무와 이웃이 곁에 있는 줄 살뜰히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얼핏 잠들려는 아이는 발바닥을 주무르면 피식 웃는다. 간지럽구나. 까무룩 잠든 아이는 발바닥뿐 아니라 발가락을 주무르더라도 새근새근 숨을 고른다. 우리 어머니가 내 몸을 주물러 주던 먼먼 어린 날을 가만히 돌아본다. 4347.6.1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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