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랑 놀자 41] 치마순이, 바지순이



  우리 집 일곱 살 큰아이는 며칠 앞서까지 ‘치마순이’였습니다. 언제나 치마만 입겠다 했고, 바지를 입더라도 치마를 덧입겠다 하며 지냈습니다. 이러다가 그제부터 갑자기 바지를 입습니다. 웬일인가 하며 놀라는데, 일곱 살 아이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아버지, 내가 예전에 치마만 입었어요? 아, 그렇구나.” 하고 말합니다. 고작 이틀만에 지난날은 깡그리 사라집니다. 돌이켜보면, 큰아이가 치마순이로 지내는 동안 작은아이도 치마돌이로 지냈습니다. 작은아이는 누나만 ‘고운 옷’을 입는다며 투정을 부렸고, 저 고운 옷(치마)을 저한테도 달라며 울었어요. 이리하여 두 아이는 치마순이와 치마돌이로 지내며 놀곤 했습니다. 나와 곁님은 아이들을 굳이 치마순이로 키우거나 바지순이로 돌볼 마음이 없습니다. 치마도 좋고 바지도 좋습니다. 때에 맞게 즐겁게 입으면서 뛰놀면 된다고 느낍니다. 작은아이도 치마돌이가 될 수 있고, 바지돌이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옷은 스스로 몸을 보살피면서 즐겁게 갖출 때에 아름다우니, 아이 스스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빛을 바라보기를 바랍니다. 4347.6.1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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