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13. 어떤 마음을 찍을까



  마음속에 품는 빛이 사진으로 나타납니다. 스스로 마음속에 어떤 빛을 건사하느냐에 따라 사진이 달라집니다. 바라보는 대로 찍는 사진이 아닌, 마음에 품는 대로 찍는 사진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늘 무엇을 바라보면서 살아요. 우리 눈은 무엇이든 언제나 바라봅니다. 눈을 감지 않는다면 바라보기를 그치지 않아요. 그런데, 우리는 두 눈을 뜬 채 살면서 하루 스물네 시간을 쉬지 않고 사진찍기를 하지는 않습니다.


  사진을 찍는 까닭은 ‘늘 바라보는 모습’ 가운데 ‘스스로 마음에 품은 모습’과 맞닿은 이야기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마음에 품은 모습이 눈앞에 나타났을 때 비로소 사진기를 꺼내어 찰칵 하고 찍습니다.


  곧, 마음에 품은 모습이 없다면 사진으로 찍을 모습이 없습니다. 마음에 그린 빛이 없으면 사진으로 담을 빛이 없습니다.


  사진을 찍고 싶다면, 내 마음에 와닿을 모습이 무엇인지 먼저 알고 새겨야 합니다. 내 마음에 즐겁거나 기쁘거나 뿌듯하거나 사랑스러운 기운이 감돌도록 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찬찬히 생각해야 합니다. 남들이 많이 찍으니까 따라서 찍는다든지, 남들이 안 찍으니까 내가 찍어 보겠다거니, 하는 마음일 때에는 사진이 태어나지 못합니다. 사진기 단추를 누르기는 하더라도 ‘나부터 내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모습을 찍’었으니, 사진답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내가 찍은 사진은 언제든 남들이 볼 수 있습니다. 내가 쓴 글은 언제든 남들이 읽을 수 있습니다. 어떤 사진을 찍고 싶나요? 어떤 글을 쓰고 싶나요? 어떤 마음을 보여주고 싶나요? 어떤 생각을 읽히고 싶나요?


  나는 시골마을에서 두 아이를 태우고 자전거마실을 즐겁게 다닙니다. 두 아이를 태운 자전거를 몰면 혼잣몸으로 달릴 때보다 세 곱은 힘이 듭니다. 그러나, 힘들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저 아이들과 즐겁게 다닌다는 생각입니다. 자전거를 몰며 시골 들길을 달릴 때에는 푸른 바람을 생각하고 푸른 숲을 떠올립니다. 이 조용하며 한갓진 들길에서 함께 자전거를 달리는 이웃이 있으면 더없이 반갑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럴 때에 이웃마을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면소재지로 나들이를 가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봅니다. 내가 모는 자전거 뒤에 앉은 아이들은 아직 알아채지 못합니다. 아이들은 마음속에 ‘자전거 타는 이웃’을 담지 않았거든요. 잘 달리던 자전거를 천천히 멈춥니다. 그러고 나서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자전거 타는 이웃’을 사진으로 찍습니다. 뒤에 앉은 일곱 살 아이가 묻습니다. “아버지, 자전거 왜 멈춰? 뭐 찍어?” “왜 멈췄을까? 뭘 찍을까?” “글쎄.” “자, 저 앞을 봐. 무엇이 보이니?” “음, 산! 나무!” “저 산 밑에 무엇이 보일까?” “아, 저기 자전거 타는 사람이 있다!” 4347.6.14.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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