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국어사전 (아이들한테 줄 책이란)



  동화를 쓰는 채인선 님이 2008년에 《나의 첫 국어사전》이라는 책을 선보였다. 참 대단하구나 하고 생각했으나, 책이름이 몹시 걸렸다. 왜 ‘나의’라는 말을 쓰는가? 아이들이 처음 볼 국어사전인데 왜 ‘나의’인가? 한국말은 ‘내’이다. 일본사람이 일본말로 ‘私の’라 쓰는 말투를 엉성하게 한국말로 옮긴 ‘나의’를 쓸 일이 아니다. 어른이 읽을 보면, 이를테면 유홍준 님은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라고 이름을 붙인다. 이 책이 얼마나 많이 팔리고 읽혔는가. 이렇게 엉터리로 붙인 ‘나의’는 이 나라 말글을 얼마나 망가뜨리는가. 유홍준 님 책에서는 ‘나의’를 빼면 한결 낫다. 또는 ‘우리’를 넣든지.


  채인선 님이 내놓은 책도 “첫 국어사전”이라 하든지 “내 첫 국어사전”이라 해야 올바르다. 그렇지만, 2009년부터 2014년까지 글쓴이나 엮은이 모두 이러한 대목을 살피지 않거나 못하는 듯하다. 그리고, 이렇게 책이름을 옳게 바라보지 못하는 눈썰미는, 책에 깃든 이야기로도 똑같이 이어진다. 따로 긴 느낌글을 쓰려 하는데, 한 가지 보기만 든다면, 《나의 첫 국어사전》은 ‘더럽다’를 풀이하면서 “때가 묻었거나 지저분한 거예요.”라 적는다.


  이렇게 풀이하면 아이나 어른이 얼마나 알아들을 만할까. “더럽다 = 지저분하다”라고 낱말풀이를 적어도 되는가? 두 낱말은 똑같은가? 아이가 읽도록 어른이 만든 선물이라는 “첫 국어사전”에서 이런 말풀이가 곳곳에 자주 나온다.


  ‘생명·안경·안전·예술·앵무새·아이스크림’ 같은 낱말을 굳이 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더럽다’와 ‘지저분하다’를 옳게 살피고 바르게 쓰도록 이끌 수 있게끔 마음을 기울여야 하지 않나 궁금하다. 아이들이 뻔히 알 만한 낱말은 굳이 “첫 국어사전”에 싣지 않아도 된다.


  문학을 하거나 사전을 엮는 이들이 한국말을 올바르게 쓰지 못할 뿐 아니라 올바르게 들려주지 못하면, 이 나라 아이들 앞날은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4347.5.25.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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