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5. 삶을 그리다



  사진으로 삶을 그립니다. 새롭게 살아가고 싶은 꿈을 담아서 차근차근 그림을 그립니다. 사진으로 찰칵 한 장 찍은 모습은, 몇 년 몇 월 몇 일 몇 시 몇 분 몇 초에 이런 모습이었다고 하는 기록이 아닙니다. 오늘까지 살아온 모습을 아로새기면서, 이제부터 새롭게 살아갈 빛을 보여줍니다.


  사진으로 남은 모습은 화석이 아닙니다. 굳어진 모습이 아니라, 언제나 새로 살아나는 모습입니다. 사진 한 장 주머니에 넣고 늘 들여다보면서 빙그레 웃습니다. 오래오래 함께 숨쉬며 살아가는 곁님으로 삼는 사진 한 장입니다.


  사진에 깃든 사람은 서른 해가 지나거나 예순 해가 지나도 늙지 않는달 수 있어요. 참말 그렇지요. 사진과 달리, 삶에서 사람들은 자꾸 나이를 먹으니 살결이 쭈글쭈글 바뀐다고 할 수 있어요. 그러나, 사진에 깃든 모습과 오늘 살아가는 모습은 늘 같습니다. 이 사진 한 장에 아로새긴 모습은 언제나 내 마음과 몸에 깃들어 하루하루 새롭게 일구는 밑힘이 됩니다.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지 헤아려 보셔요. 사진을 왜 찍고 싶은지 헤아려 보셔요. 사진을 찍어 삶을 어떻게 누리고 싶은지 헤아려 보셔요. 사진 한 장으로 이웃과 동무하고 어떤 삶을 나누고 싶은지 헤아려 보셔요.


  잘 찍는 사진은 우리한테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셔요. 멋있게 찍는 사진으로 우리 삶이 얼마나 나아질는지 생각해 보셔요. 나한테 참으로 즐겁고, 이웃과 동무한테 더없이 사랑스러울 사진은 어떻게 찍는지 스스로 생각해 보셔요.


  맛있게 함께 먹는 밥은 어떻게 차릴까요? 즐겁게 듣는 노래는 어떻게 부를까요? 기쁘게 누리는 춤은 어떻게 출까요? 겉보기로 그럴듯하기에 맛있는 밥이 되지 않습니다. 대단한 악단을 데리고 와야 즐거이 듣는 노래가 되지 않습니다. 학원이나 학교를 다녀서 춤사위를 배워야 기쁘게 누릴 춤이 되지 않습니다.


  사진을 찍으려고 무엇을 배우는가요. 사진강좌에서는 무엇을 가르치는가요. 사진을 찍으려고 어떤 책을 들추는가요. 어떤 스승한테서 무엇을 배우려고 사진강의를 듣는지요.


  삶을 그릴 때에 글입니다. 삶을 그릴 때에 사진입니다. 삶을 그릴 때에 살림입니다. 삶을 그릴 때에 꿈이 되고 사랑이 됩니다. 사진찍기는 작품찍기 아닌 삶찍기가 될 때에 다 같이 즐거우면서 아름답습니다. 4347.5.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