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일찍 피어난 붓꽃



  지난해에는 오월 십구일에 우리 집 붓꽃이 피었다. 그러께에는 오월 이십육일에 우리 집 붓꽃이 피었다. 올해에는 오월 십이일에 우리 집 붓꽃이 핀다. 마을에 볕이 훨씬 잘 드는 곳에서는 오월 첫 주부터 붓꽃이 활짝 피었다. 아마 사월 끝자락에 피어난 붓꽃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난 세 해를 돌아보니 붓꽃이 피어난 때가 이레씩 빠르다. 이런 빠르기라면 이듬해에는 오월 오일에 붓꽃이 피어나려나.


  해가 갈수록 더위가 길다. 해가 갈수록 시골이 줄고 도시가 늘어난다. 해가 갈수록 고속도로는 늘고, 발전소도 늘며, 골프장과 공장과 관광단지가 늘어난다. 숲이 늘어나는 일이 없다. 송전탑이 줄어드는 일이 없다. 고속도로를 줄이는 일도 없고, 자동차를 줄이려는 움직임조차 없다. 기름집을 줄이지 않는다. 가게를 줄이지 않는다. 도시 한복판에 있는 큰 건물을 치운 뒤 숲으로 꾸미려는 움직임도 없다. 오월꽃이 오월이 아니라 사월에 핀다면, 그야말로 날씨가 뒤틀린다는 뜻인데, 꽃을 마냥 즐겁게 바라볼 수만 없다. 4347.5.1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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