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가 - 도종환 시인의
도종환 지음, 안선재 옮김, 김슬기 그림 / 바우솔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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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노래 부르는 어버이

― 도종환 시인의 자장가

 도종환 글

 김슬기 그림

 바우솔 펴냄, 2012.12.21.



  아이들은 시냇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달게 잡니다. 아이들은 풀벌레와 개구리 노래하는 소리를 들으며 곱게 잡니다. 아이들은 밤새나 낮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들으며 맑게 잡니다. 아이들 얼굴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물소리, 풀소리, 벌레소리, 개구리소리, 새소리, 바람소리를 기쁘게 맞아들여 새근새근 잡니다.


  아주 고단한 아이는 시끌벅적한 도시 한복판이나 전철이나 버스에서도 자요. 너무 고단하기 때문입니다. 곁에 따사로운 어버이가 있으면, 아이는 아무리 시끄럽거나 어지러운 곳에서도 마음을 살포시 놓고 즐겁게 꿈나라로 갑니다.





.. 강아지는 문간에서 어두워도 혼자 자고 ..



  시골집에 아침이 밝습니다. 창호종이 바른 문으로 밝은 빛이 스며듭니다. 큰아이가 먼저 잠을 깨고, 이윽고 작은아이가 잠을 깹니다. 잠을 깬 아이들은 저녁까지 내처 뛰놉니다. 햇빛을 즐기고 햇볕을 쬐며 햇살을 먹으면서 하루 내내 새로운 놀이로 웃습니다.


  달게 자고 일어난 아이는 개운합니다. 곱게 자고 일어난 아이는 싱그럽습니다. 맑게 자고 일어난 아이는 까르르 노래합니다.


  어버이는 아침을 차립니다. 어버이는 아이를 씻기고 옷을 갈아입힙니다. 아이는 스스로 뛰거나 달립니다. 아이는 스스로 그림책을 손에 쥐기도 하고, 가위를 들어 종이를 오리기도 합니다. 흙땅에 퍼질러앉아 흙을 조물거리고, 풀밭에 서서 작은 들꽃을 찾습니다.




.. 뻐꾸기야 울지 마라, 우리 아기 아직 잔다 ..



  도종환 님이 쓴 글에 김슬기 님이 그림을 붙인 《도종환 시인의 자장가》(바우솔,2012)를 읽습니다. 자장자장 포근한 노래가 흐릅니다. 해 지고 깜깜한 밤에 뜬 별과 달이 예쁩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어머니는 빙그레 웃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방그레 웃습니다. 서로 웃으면서 말없이 잠자리에 듭니다. 같이 웃음지으면서 조용히 잠자리에 들어요.



.. 혼자 자는 벌레들은 나뭇잎이 재워 주고 ..




  고운 노래가 흐르는 그림책이로구나 하고 느끼면서 몇 가지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어머니가 아이를 안는 매무새가 엉성합니다. 그림책으로 보자면 아이는 세 살쯤 되지 싶습니다. 세 살이라면 혼자서 씩씩하고 걷고 콩콩콩 뛸 나이일 텐데, 이 아이를 재우면서 품에 안는다면, 머리를 한손으로 받쳐야 합니다. 네 살이나 다섯 살 아이를 품에 안아도 똑같아요. 아이들이 자라며 다리가 길면 다리는 가만히 모으더라도, 무엇보다 머리를 잘 받쳐야 합니다. 게다가 자는 아이인걸요. 그렇지만, 그림책 《도종환 시인의 자장가》에 나오는 그림을 보면, 어머니가 아이 머리를 받치지 않습니다. 이래서야 아이는 잠들 수 없습니다. 어머니가 머리를 안 받치는데, 아이가 이 그림책에 나오는 모습대로 잠들 수 없어요.


  만화와 비슷한 그림으로 그려도, 어머니와 아이 손이 너무 작습니다. 손을 얼굴 크기만 하게 그려서, 그야말로 ‘포근히’ 재우는 결이 드러나도록 해야지 싶습니다. 그리고, 손은 얼굴을 가릴 만큼 큽니다. 아이 손도 아이 얼굴을 가릴 만큼 큽니다.


  도시가 아닌 시골이고, 전깃불이 하나도 없으나, 별이 너무 적습니다.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이 되어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별자리를 더 살펴, 봄날에 알맞게 별자리 무늬를 그릴 수 있으면 훨씬 나았겠지요. 이밖에, 나무를 모두 똑같이 그린 대목도 아쉽습니다. 마당이나 마을에 똑같은 나무만 있지 않을 텐데, 나무가 모두 똑같이 생겼어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님이 쓴 글에 일론 비클란드 님이 그림을 넣은 그림책을 보면, 일론 비클란드 님은 스웨덴 마을이나 시내를 그리면서 ‘나무를 다 다르게 그려 넣’습니다. 아주 마땅하거든요. 똑같은 나무만 줄줄이 심는 일이 없거든요. 그리고, 나무마다 잎빛이 모두 달라요. 그림책 《도종환 시인의 자장가》는 여름도 가을도 겨울도 아닌 봄을 바탕으로 그렸지 싶어요. 그러면, 봄빛 나무를 그려야 할 텐데, 봄날 숲으로 가면, 나무마다 잎빛이 얼마나 알록달록한 풀빛인지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더 짚자면, 서양 자장노래가 아닌 한국 자장노래라 한다면, 어머니와 아이가 같은 방에서 자야 맞으리라 생각합니다. 요즈음은 한국에서도 어머니와 아이가 다른 방에서 잘는지 모르는데, 우리 겨레는 예부터 조그마한 시골집에서 온 식구가 모두 모여서 잤어요. 자장노래는 어른도 듣고 아이도 듣습니다. 아이한테 따로 놀이방이 있다 하더라도, 잠을 잘 적에는 어버이와 아이가 같은 방에서 새근새근 자면서 어버이가 한손으로 아이 가슴을 토닥이는 모습이 ‘한겨레 자장노래와 자장빛’답다고 하리라 느낍니다. 이 그림책 끝에 영어로 자장노래를 옮긴 만큼, 외국사람한테 한겨레 자장노래를 알리려 한다면, 그림결은 더더욱 한겨레 삶을 담아야지 싶어요.


  고운 노래가 흐르는 그림책인 만큼, 글빛이 환할 수 있도록 그림빛에 더 마음을 기울이기를 바랍니다. 4347.5.1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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