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눈빛 3. 빛으로 읽는다



  사진을 찍으려면 빛을 읽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그러면, 빛을 읽으며 찍은 사진을 읽을 때에는 무엇을 읽어야 할까요. 바로 빛을 읽어야 할 테지요. 빛을 읽어서 찍은 사진이라면, 이 사진을 읽을 적에 무엇보다도 빛을 살피거나 헤아리면서 마음으로 담을 노릇입니다.


  빛을 어디에서 태어날까요. 빛은 어디에서 찾아올까요. 빛은 어디에 있을까요. 빛은 어디에서 환할까요.


  해가 뜨기에 빛이 있습니다. 해가 뜨면서 빛이 퍼집니다. 해가 뜬 뒤 온누리가 따스합니다. 여름에 때때로 불볕더위가 찾아오고, 겨울에 곧잘 강추위가 찾아오지만, 해가 있기에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 있습니다. 해가 뜨면서 풀과 나무가 자랍니다. 해가 뜨고 지기에 꽃이 피고 집니다.


  그런데 오늘날 사회를 살피면, 해가 없이도 밤을 낮처럼 밝히곤 합니다. 깊은 땅속에 길을 닦기도 합니다. 지하상가는 낮밤이 따로 없습니다. 실내경기장은 바깥에서 비바람이 불거나 벼락이 내리치더라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바깥이 아닌 건물 안쪽에 있으면 해가 뜨거나 지는 흐름을 살피지 않아요. 바깥이 아닌 건물 안쪽에서는 해가 없어도 전기로 불을 밝힙니다. 전기로 불을 밝힐 적에는 빛줄기를 요모조모 마음대로 바꿀 수 있습니다. 전등불을 밝히면 한밤이나 새벽에도 아주 눈부신 빛살을 얻습니다.


  사람이 만든 빛도 빛입니다. 다만, 사람이 만든 빛으로는 목숨을 살리지 못합니다. 해가 지구별에 비푸는 빛일 때에만 모든 목숨을 살립니다. 햇빛만 모든 목숨과 사람까지 살려요. 햇빛이 비추면서 햇볕이 내리쬐어 풀이 돋고 나무가 자라고 꽃이 피어요. 햇빛과 햇볕에 햇살이 드리우면서 따스한 기운이 지구별에 감돌아요. 전깃불로는 풀이나 나무나 꽃을 살리지 못합니다. 전깃불로는 사람 목숨도 살리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건물 안쪽에서 전깃불을 밝혀서 사진을 찍을 적에는 ‘빛줄기’ 하나는 있으며 ‘볕’과 ‘살’은 없습니다. 이를 읽을 수 있겠습니까? 사진은 빛을 읽으면서 찍는데, 삶을 이루는 빛과 볕과 살이 골고루 있을 때에 사진이 함께 있습니다. 삶이 없이는 사진이 없습니다. 삶이 있기에 사진뿐 아니라 글과 그림이 있습니다. 삶이 없으면 글과 사진도 없습니다. 이를 마음에 담을 수 있겠습니까? 4347.5.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사진책 읽는 즐거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