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알 송알송알 맺는다



  꽃이 지면 씨앗이 굵는다. 어느 풀이나 나무나 다 똑같다. 탱자나무에는 마땅히 탱자꽃이 피고, 탱자꽃이 지면 탱자알이 굵는다. 탱자나무는 가시가 커다랗게 뾰족뾰족하기에 탱자꽃이 피거나 질 적에 눈여겨보는 이가 많지 않은데, 탱자알이 맺힐 적에도 눈여겨보는 사람은 매우 적다. 다들 흔히 지나친다. 얼마나 조그마한 알이 맺히면서 날마다 천천히 굵는지 알아차리는 사람이 참으로 적다. 불러세워서 여기를 보라고 알려주어도 못 알아챈다. 뾰족한 가시 사이에 돋은 동글이가 바로 탱자알이요, 이 탱자알이 굵어지면서 노랗게 익는다고 말해도 고개를 갸우뚱하기 일쑤이다.


  생각해 보면, 내 보금자리에 탱자나무를 심어서 돌보지 않으면 누구라도 탱자꽃이나 탱자알을 알기 어렵다. 내가 살아가는 마을에서 탱자나무를 쉬 만날 수 있지 않으면 탱자꽃이며 탱자알이며 알아채기 어렵다. 탱자나무로 울타리를 이루어 살아가지 않으면 탱자를 얼마나 알 수 있을까. 식물도감을 들춘다고 해서 탱자를 알 만할까. 신문이나 방송으로 본다 한들 탱자를 안다 할 수 있을까. 인터넷으로 살펴보거나 찾아보니까 탱자를 안다 하겠는가.


  퉁방울만큼 커지면 단단하게 들러붙지만, 막 꽃이 지고 알이 맺힐 무렵에는 무척 여리다. 살살 어루만지지 않고 섣불리 건드리면 툭 하고 떨어진다. 봄볕을 받으며 보드라운 탱자잎이 돋고 봄빛과 함께 예쁘장한 탱자알이 차근차근 굵는다. 4347.5.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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