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시 덕천마을 재개발 모습을 다룬 사진책 《HUMAN》을 본다. 재개발이 한창 이루어지는 모습을 담은 사진책이다. 집이 헐리고 동네가 사라지는 동안에도 마지막까지 조용히 깃들어 지내는 사람들이 있고, 사진책 《HUMAN》은 이런 모습과 저런 모습을 고즈넉하게 보여준다. 빈집을 찍어도 빈집에 깃들어 오래오래 살아온 사람들 이야기가 깃들기 마련이다. 아주 마땅하다. 그런데, 사진책 《HUMAN》은 살짝 거리가 있지 싶다. 사진을 찍은 분은 덕천마을과 얼마나 가까운 사이였을까. 덕천마을에서 나고 자랐는가 아닌가는 대수롭지 않다. 덕천마을을 얼마나 이녁 삶자리나 보금자리로 느끼거나 여기거나 맞아들이면서 사진을 찍었을까. 사진을 찍은 김야원 님은 김야원 님 나름대로 덕천마을과 사귀면서 사진을 찍었다고 느낀다. 흑백으로 담은 사진은 차갑지도 메마르지도 않다. 그러나 따스하거나 포근한 기운까지 스미지는 못한다고 느낀다. 곱게 찍은 사진이로구나 하고 느끼면서도 따스한 기운은 잘 못 느끼겠다. 작은 사람들이 살던 작은 동네에 있던 작은 집이란 무엇일까. 더 작게 마주하고, 더 가까이 들여다보면서 쓰다듬을 때에, 더 자그마한 빛이 샘솟는 이야기가 흐르리라 본다. 골목빨래는 흑백사진으로 찍을 수도 있지만, 무지개빛이 눈부신 사진으로 찍을 때에 한결 맑다. 골목꽃 또한 흑백사진으로 찍을 수도 있으나, 무지개빛이 어여쁜 사진으로 찍을 적에 한결 밝다. 처음부터 모든 사진을 흑백 아닌 무지개빛으로 찍었으면, 덕천마을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나눌 만한가를 더 또렷하게 찾지 않았을까? 골목집 문패와 골목집 누름단추와 골목집 대문·창문 문살은 한 장도 못 찍은 모습이 무척 아쉽다. 4347.5.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한 줄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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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김야원 사진 / 이담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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