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갈퀴꽃 책읽기



  살갈퀴꽃을 알아보는 사람이 드물다. 들이나 숲이나 논둑이나 고샅 한쪽에 살갈퀴꽃이 피었어도 꽃이라 여기는 사람이 드물다. 아주 작아 못 알아보기도 하지만, 이런 꽃은 꽃이 아닌 줄 여긴다. 꽃집에서 키워야 꽃으로 여기고, 튤립이나 장미쯤 되어야 꽃으로 여긴다. 이도 저도 아니라면 이른봄에 맨 먼저 피는 봄까지꽃이나 코딱지나물꽃이나 별꽃쯤 되어야 살짝 들여다볼까 말까 한다.


  살갈퀴꽃은 콩꽃과 닮는다. 콩하고 비슷하게 뻗는 넝쿨풀이기 때문이다. 살갈퀴꽃은 메마른 땅에서 잘 자란다. 흙을 북돋우고 살찌우는 몫을 맡기 때문이다.


  살갈퀴꽃이 잔뜩 피는 곳은 흙이 그닥 안 좋다고 여기면 된다. 그러나 살갈퀴꽃이 한두 해 우거지고 나면 이듬해부터 흙이 많아 나아져, 이듬해부터는 살갈퀴꽃이 줄어든다. 다른 풀꽃이 흐드러진다. 꽃송이 달린 살갈퀴를 톡 끊어 입에 넣으면, 살갈퀴 풀내음과 꽃내음이 물씬 퍼지는데 사근사근 달근달근 아련한 맛이 스며든다. 흙을 살찌우듯이 몸을 살찌우고, 다른 풀꽃이 씩씩하게 자라도록 흙을 돌보듯이 우리 몸에 푸른 숨결을 불어넣는다. 4347.4.30.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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