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비에 쓰러진 갓꽃



  납작하게 엎드린 채 살그마니 고개를 내미는 들꽃이 있다. 껑충껑충 높이높이 꽃대를 올리는 들꽃이 있다. 저마다 새끼를 낳는 모습이 다르다. 저마다 씨앗을 퍼뜨리는 길이 다르다. 들풀 가운데 갓과 유채는 퍽 남다르다 할 만큼 꽃대를 높이높이 올린다. 어른 키보다 높게 꽃대를 올리곤 한다. 맨 밑둥은 무척 두껍다. 아이들이 갓풀이나 유채풀이 꽃대를 높다라니 올린 모습을 옆에서 바라보노라면 꼭 나무라고 느낄 만하다. 옥수수도 그렇고 해바라기도 그렇다. 아이들한테는 옥수수와 해바라기는 나무와 같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비가 내리니 꽃대만 높다라니 올린 갓풀 몇 포기가 버티지 못하고 쓰러진다. 쓰러진 갓풀과 갓꽃을 바라본다. 높은 줄기와 두꺼운 밑둥을 보자니, 뿌리가 참 얕다. 이렇게 뿌리는 얕게 내면서 키는 그리 높게 올리나. 설마 쓰러지려고 키가 자라는 풀은 아닐 테지.


  풀 가운데에는 제법 두툼하다 싶은 갓꽃이 쓰러지니, 갓꽃이 쓰러진 자리에서 돋던 풀이 모조리 눕는다. 쓰러진 갓꽃을 들어 풀이 없는 자리로 옮긴다. 돌나물도 쑥도 몽땅 넘어갔다. 사람 눈으로 보자면 작은 풀끼리 넘어지고 깔린 모양새인데, 개미나 진딧물이나 무당벌레 눈으로 보자면 숲에서 우람한 나무가 쓰러지면서 작은 나무가 몽땅 넘어간 모양새가 되겠구나 싶다.


  갓꽃에 깔려 드러눕고만 풀은 어찌 될까. 커다란 갓풀줄기를 치웠으니 다시 씩씩하게 일어설 수 있을까. 풀은 한 번 밟히면 꼿꼿하게 다시 서고, 두 번 밟히면 누운 채로 살다가, 세 번 밟히면 그예 죽는다고 한다. 우리 집 풀은 어찌 될까. 한 번 깔렸으니 꼿꼿하게 다시 설 수 있을까. 갓꽃은 조금 더 버티었으면 씨앗을 맺을 수 있었을 텐데, 안쓰럽다. 4347.4.2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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