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에 있는 컴퓨터



  책을 읽는 사람은 책이 그득한 곳에 셈틀을 놓는다. 책방에서도 책이 가득 쌓인 한켠에 셈틀을 둔다. 책방에서 책은 받침대 구실을 한다. 우리 집에서도 모니터를 책을 두 권 놓아 받친다. 때때로 책은 다람쥐 받침판 노릇을 하고, 마실을 다닐 적에는 작은 노트북을 작은 책 두 권을 엇갈려서 받침대로 삼는다.


  인터넷은 얼마나 많은 지식이나 정보를 들려줄 수 있을까. 인터넷을 켜는 셈틀은 얼마나 너른 곳까지 골골샅샅 돌아다니도록 길을 열어 줄까. 책에는 어떤 지식이나 정보가 있을까. 책을 펼치는 사람은 책에서 어떤 길을 느끼거나 배우거나 깨달을까.


  셈틀을 켜는 만큼 책을 덜 읽거나 못 읽는다. 셈틀을 끄는 만큼 책을 더 읽거나 잘 읽는다. 책을 덮는 만큼 삶을 더 읽거나 잘 누린다. 책을 읽는 만큼 밭을 못 일구고 마실을 못 다닌다. 셈틀과 책과 삶은 서로 얼마나 이어졌을까. 셈틀과 책과 삶은 서로 어떻게 어깨동무를 할까. 4347.4.2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헌책방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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