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왜 바쁜지 몰랐다



  아침에 아이 둘을 씻기면서 밥물을 안친다. 두 아이를 씻기고 옷을 입힌 뒤 국냄비에 불을 넣는다. 불은 작게 올리고 나서 아이들 옷가지를 빨래한다. 빨래를 마치고 나서 찬거리를 마련한다. 뒤꼍을 돌며 풀을 뜯는다. 보글보글 끓는 밤냄비에 쑥을 썰어 넣는다. 풀을 헹구어 물기를 턴 다음 밥상에 올린다. 아이들을 불러 밥상맡에 앉힌다. 아이들더러 밥을 먼저 먹으라 이르고는 빨래를 들고 방으로 가서 옷걸이에 꿰어 넌다. 비가 주룩주룩 내린다. 허리를 톡톡 두들긴 뒤 내 밥을 푸고 국을 뜬다. 아이들은 밥상맡에 아버지가 함께 앉기까지 얼마나 기다렸을까. 문득 내 어린 날을 떠올린다. 어머니가 집에서 함께 밥상맡에 앉는 일은 드물었다. 밥을 거의 다 먹을 즈음 비로소 앉으셨다. 이동안 부엌일을 하고 집안일을 매만진다. 웬만한 일거리는 심부름을 시키셔도 될 텐데 굳이 혼자 다 하셨다.


  어릴 적에는 어머니가 왜 그리도 바빠야 하는지 잘 몰랐다. 두 아이와 살며 나 스스로 어머니 몫을 맡다 보니, 시나브로 어릴 적 어머니 모습을 읽는다. 심부름을 시키거나 맡길 적에도 일이다. 그냥 혼자서 바지런히 하고 만다. 아이들은 즐겁게 밥을 먹으면서 새롭게 기운을 내어 씩씩하게 놀면 기쁘다.


  마음이란 그렇다. 마음은 마음으로 이어진다. 마음은 마음으로 읽는다. 차근차근 읽고, 오래오래 마주한다. 4347.4.1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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