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책방 앞을 지나가다가



  단골책방 앞을 지나가다가 아무래도 인사를 하고 가야겠다 싶어 작은아이를 안고 들어간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움직이던 길이기에 책 한 권 살필 수 없다. 나 혼자 더러 서울마실을 하며 책방에 들르기는 했으나 아이까지 데리고 서울마실을 하는 일은 흔하지 않으니, 아이 얼굴을 보여 드린다.


  네 살 작은아이는 제 아버지가 스물한 해를 단골로 드나든 책방 아주머니 얼굴을 마음속에 담을 수 있을까. 앞으로 무럭무럭 자라며 다시 책방마실을 하면 그때에 마음속에 책방 아주머니 얼굴을 새길 수 있을까.


  책방 한 곳을 스무 해 남짓 단골로 드나들 수 있는 삶이란 어떤 즐거움이요 재미이자 보람일까 하고 헤아려 본다. 앞으로 이곳은 서른 해 단골이 될 테고, 머잖아 마흔 해 단골이 될 수 있겠지. 4347.4.1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 언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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