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39. 밝은 하루를 느끼며

 


  밝은 아침을 느끼면서 하루를 열면 밝은 기운이 마음과 몸에 그득하게 퍼집니다. 날마다 똑같다 싶은 하루가 되풀이된다고 여기면서 아침을 맞이하면 찌뿌둥한 기운이 마음과 몸에 가득 깃듭니다.


  해마다 찾아오는 봄이고 여름이며 가을이요 겨울입니다. 섣달이 저물고 설을 맞이할 적에 한 살을 더 먹는구나 하고 여길 수 있지만, 섣달이 지나고 설을 맞이하면 곧 봄이 찾아오면서 봄꽃잔치 이루겠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따순 봄이라 하더라도 햇볕을 쬘 수 없는 건물에서 일하느라 봄볕을 못 느낄 수 있고, 따순 봄이기에 즐겁게 햇볕을 쬐면서 흙을 만지거나 풀을 뜯을 수 있습니다.


  마음을 어떻게 품느냐에 따라 삶이 다릅니다. 도시 한복판에 살림집이 있어 언제나 매캐한 배기가스에 숨막힌다고 여길 수 있어요. 사람이 너무 많아 복닥거리거나 치이느라 고단하다고 여길 수 있어요. 이와 달리, 도시 한복판에서도 골목동네에 깃들어 지내면서 골목밭을 가꾸거나 골목꽃을 돌볼 수 있습니다. 손바닥만 한 빈터에 씨앗을 심어 스무 해나 서른 해에 걸쳐 감나무를 건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골에서도 흙하고는 동떨어진 채 지낼 수 있겠지요. 마당을 풀밭이나 잔디밭으로 가꿀 수 있는 한편, 마당을 시멘트로 덮어 주차장으로 삼을 수 있어요.


  날마다 동이 틉니다. 동이 트는 하늘을 바라보면서 날마다 고맙다고 인사합니다. 날마다 햇볕이 조금씩 바뀌고 날마다 바람맛 또한 살짝살짝 다르다고 느낍니다. 봄에 새로 돋는 풀을 바라보며 쪼그려앉아 살살 쓰다듬습니다. 봄에는 봄대로 봄풀을 뜯어서 먹을 수 있기에 고맙다고 풀한테 인사하며 톡톡 끊거나 뜯습니다. 여름에는 여름대로 여름풀과 여름열매를 얻고, 가을에는 가을대로 감이며 까마중이며 나락이며 즐겁게 얻을 뿐 아니라, 싱그러운 가을빛이 드리운 들과 숲을 누립니다. 겨울에는 무와 배추와 시래기를 누리면서 차가운 바람과 하얀 눈을 만나요. 달력으로 마주하는 하루가 아닌, 해와 눈비와 바람과 풀빛으로 마주하는 하루입니다.


  겨울이 지나면서 날씨가 포근하니, 아이들과 마당과 평상에서 퍽 오랫동안 놀 수 있습니다. 평상에 종이를 펼쳐 함께 그림을 그립니다. 햇볕도 햇살도 햇빛도 밝구나 하고 느낍니다. 아이들이 느낄 해님은 얼마나 밝을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내 눈망울은 얼마나 밝을까 하고 곱씹어 봅니다.


  밝은 눈길이 되어 밝은 손길로 밝은 사진을 찍자고 생각합니다. 밝은 마음이 되어 밝은 몸으로 밝은 삶을 일구자고 생각합니다. 삶 그대로 빚는 사진이라면,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얼싸안느냐에 따라 삶뿐 아니라 사진이 새롭게 빛날 수 있습니다. 4347.4.4.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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