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4.3.16.
 : 나들이에 앞서 나들이

 


- 월요일부터 먼 나들이를 간다. 지난 3월 6일에 서울에서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책잔치가 있어 퍽 오래 바깥마실을 했다. 곁님은 람타공부를 하러 미리 경기도 용인으로 갔다가 일산으로 갔고, 나는 아이들과 시골집에서 놀다가 5일에 인천에 있는 형네 찾아갔다. 책잔치를 마친 뒤 일산으로 가서 사흘 묵고 시골로 돌아왔으니 나흘 동안 바깥잠을 잔 셈이다. 이렇게 바깥마실을 하면 달포 즈음 시골에서 쉬곤 했는데, 며칠 쉬지 못한 채 다시 바깥마실을 나가야 한다. 곁님이 이동안 아이들과 밥 잘 먹고 잘 지낼까. 걱정하면 걱정대로 이루어지니 그리 걱정하지는 않으나, 집에 찬거리가 떨어지지 않도록 면소재지에 나들이를 다녀오기로 한다. 내 자전거에서 샛자전거를 뗀다. 수레만 붙인다. 작은아이는 새근새근 낮잠을 잔다. 큰아이도 낮잠을 잘 법하지만 안 잔다. 큰아이한테 묻는다. “벼리야, 샛자전거를 떼었는데 수레에 앉아서 갈래?” “응.”

 

- 샛자전거를 붙인 뒤 수레는 언제나 동생 차지였다. 샛자전거를 붙이고 나서 큰아이는 수레에 한 차례인가 두 차례만 탔다. 어릴 적에 늘 혼자 차지하던 수레이지만, 이제는 동생이 수레를 홀로 누린다. 일곱 살 큰아이한테 수레는 어떤 느낌일까. 일곱 살이 된 오늘 큰아이한테 수레는 어떤 이야기가 깃든 동무일까.

 

- 수레를 탄 큰아이가 노래를 부른다. 되게 즐거운 듯하다. 동생을 떼어놓고 큰아이와 둘이 마실을 한 때가 언제더라. 아예 없지는 않지만 퍽 드물다. 언제나 두 아이를 홀로 건사하며 살림을 꾸리니, 늘 두 아이와 함께 다닌다. 나나 곁님이 으레 동생을 많이 챙겨야 하니 큰아이가 서운해 할 법한데, 큰아이는 서운한 티를 드러내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큰아이 혼자 아버지나 어머니를 차지하며 어울릴 적에 무척 좋아하는 빛이 나타난다.

 

- 이것저것 저자를 본다. 큰아이는 “집에 가서 보라가 깨면 같이 먹을래.” 하면서 과자 몇 점을 챙긴다. 과자를 고를 적에 늘 한 아이에 하나만 고르도록 하는데, 동생이 같이 못 왔대서 동생 몫을 챙긴다. 네 이 귀여운 마음은 어디에서 싹텄을까. 네 이 예쁜 생각은 어디에서 태어났을까. 네 가슴에서 싹텄겠지. 네 숨결에서 태어났겠지.

 

- 샛자전거를 달지 않고 수레만 붙인 자전거가 가볍다. 작은아이를 태우지 않고 큰아이만 태운 자전거가 날듯이 달린다. 샛자전거랑 작은아이가 없을 뿐인데 자전거가 이렇게 가볍다니. 수레마저 떼고 나 혼자 자전거를 달린다면 얼마나 가벼울까.

 

- 나들이에 앞서 나들이를 마친다. 다음 한 주 동안 아이들과 자전거 나들이를 못 다니겠구나 하고 생각하니, 이렇게 큰아이와 둘이서 자전거 나들이를 참 잘 했구나 싶다. 오늘 드디어 반소매에 반바지만 입고 자전거를 달렸다. 바야흐로 봄자전거이다.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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