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틔우는 꽃빛과 꽃내음

 


  꽃빛이 가장 고울 때는 언제인가? 아침일까, 낮일까, 저녁일까. 우리 시골집에서는 날마다 하루 내내 꽃구경을 할 수 있으니, 아침과 낮과 저녁에 따라 꽃구경을 하기로 한다. 밤에도 뒤꼍 매화나무 곁에 서기로 한다. 새벽에도 만난다. 하루 내내 매화꽃을 바라보며 생각한다. 가장 고울 때는 따로 없다. 내가 매화나무 앞에 서서 매화꽃을 그윽하게 바라보면, 이렇게 바라볼 적마다 꽃빛이 곱다.


  꽃망울이 터질랑 말랑 할 적에도 곱다. 꽃망울이 처음 터질 적에도 곱다. 꽃망울이 흐드러지는 잔치날이 되어도 곱다. 꽃잎이 지면서 하나둘 시들 적에도 곱다. 꽃이 모두 지고 천천히 열매가 익으면서 푸른 잎사귀 돋을 적에도 곱다. 언제나 곱다. 언제나 고운 빛이 흐르니, 꽃을 바라보고 잎을 바라보며 나무를 바라보는 사람은 언제나 고운 꽃내음을 먹는다. 4347.3.2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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