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일기 (도서관일기 2014.3.14.)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2007년부터 ‘사진책 도서관’을 열었지만, 2014년 오늘까지 ‘국가기관 도서관 등록’을 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에서는 주민등록을 하듯이 무엇이나 등록을 해야 알아주는 흐름이 있기에, 우리 도서관도 ‘국가기관에 등록’하면 여러모로 혜택을 받을는지 모른다. 그렇지만, 도서관법답지 않은 도서관법이 있는 동안에는 ‘도서관 등록’을 할 마음이 없다. 한국에서 도서관으로 등록을 하자면 사서자격증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도서관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 쉽게 말하자면, 대학교 졸업장이 없으면 도서관을 열 수 없는 얼거리이다.


  도서관 사서는 도서관 사서일 뿐이다. 도서분류는 도서분류일 뿐이다. 모든 도서관이 똑같은 틀에 따라 서야 하지 않는다. 모든 도서관이 모든 책을 똑같이 나눌 까닭이 없다. 우리네 도서분류를 살피면, 사진책이나 그림책이나 만화책이나 동화책을 제대로 나눌 수 없다. 아니, 사진책이나 그림책이나 만화책이나 동화책을 제대로 나눌 만한 틀이란 아직 없을 뿐 아니라, 이와 같은 책을 알맞고 아름답게 나누는 틀을 세우려는 전문가조차 아직 없다.


  한국 사회에 도서관은 곳곳에 많이 있다. 요즈음은 예전과 달리 새책을 갖추는 돈을 제법 넉넉히 쓸 수 있다. 그러나, 한국 사회 도서관 가운데 전문 도서관은 거의 없다. 전문 도서관이 더러 있어도 서울이나 큰도시에만 있다. 작은도시나 시골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전문 도서관을 누리기 어려울 뿐더러, 모든 사람과 문화가 서울로 쏠리도록 사회 얼거리가 뒤틀렸다.


  도서관일기를 쓴다. 혼자 씩씩하게 걸어가는 도서관 이야기를 혼자 글로 쓴다. 도서관을 건사하고 새로운 책을 갖추며 일기를 쓰는 사람은 나 혼자이다. 그렇지만, 내가 이 도서관을 곁님이랑 아이들하고 지키고 돌보면서 시골마을에서 지낼 수 있도록 돕는 손길은 많다. 여러 아름다운 손길을 즐겁게 받아 한국에 둘도 셋도 없는 재미난 ‘사진책 도서관’을 꾸릴 수 있다.


  그동안 두 권을 찾아서 우리 도서관에 갖춘 《출품하여 입상하려면》이라는 작은 책이 있다. 월간사진 출판사에서 해적판으로 내놓은 작은 사진책이다. 이 작은 사진책을 ‘사진책’으로 여기거나 헤아리는 사진가나 사진비평가는 거의 없다. 이번에 세 권째 이 책을 찾아내어 도서관에 갖추며 생각한다. 방송통신대 졸업사진책 한 권을 순천에 있는 헌책방에서 만나 고맙게 장만하여 우리 도서관에 꽂으며 생각한다. 사진책이란 무엇인가? ‘사진책 도서관’은 어떤 곳인가? 사진읽기와 사진찍기란 무엇인가? 사진빛과 사진삶은 어떠한 결인가?


  지난 2013년 봄에 도서관일기를 책으로 묶을까 하고 생각하며 한 번 그러모은 적 있다. ‘도서관일기’도 ‘사진책도서관일기’도 책으로 펴내기에는 만만하지 않다는 높은 울타리를 지난 한 해에 걸쳐 느꼈다. 왜 어려웠을까. 왜 힘들었을까. 도서관일기는 읽히기 어려울까. 사진책을 갖춘 도서관에서 태어나는 이야기를 나 스스로 제대로 삭히지 못했을까.


  그제 내린 비가 도서관 한쪽에 고였다. 밀걸레를 써서 빗물을 훔친다. 빗물로 도서관 골마루를 구석구석 닦는다. 비가 새는 폐교 건물 도서관이지만, 비가 새기에 이 빗물로 도서관 골마루를 깨끗하게 닦기도 한다. 창문을 활짝 열고 빗물로 골마루를 닦는 동안 싱그러운 바람이 훅 분다. 따스한 봄바람이네. 새로 돋는 풀싹내음을 곱게 실은 예쁜 바람이네. (ㅎㄲㅅㄱ)

 


* 사진책도서관(서재도서관)을 씩씩하게 잇도록 사랑스러운 손길 보태 주셔요 *
* 도서관 지킴이 되기 : 우체국 012625-02-025891 최종규 *
* 도서관 지킴이 되어 주는 분들은 쪽글로 주소를 알려주셔요 (010.5341.7125.) *
* 도서관 나들이 오시려면 먼저 전화하고 찾아와 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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