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밥줄


  《숲에서 살려낸 우리말》 책잔치를 조촐하게 했다. 그림을 그려 주신 분, 디자인을 해 주신 분, 우리 둘레 고마운 이웃들, 이러구러 한 자리에 모여서 밥 한 그릇을 나누고 술 한 잔을 부딪혔다. 자리를 마무리하면서 우리 아이들과 어디로 갈까 하고 생각한다. 인천에 있는 큰아버지네에 갈까, 일산에 있는 이모와 외삼촌네에 갈까. 여러모로 생각한 끝에, 일산 이모와 외삼촌은 아이들을 오랫동안 못 보았기에 일산으로 가기로 하고 택시를 부른다.

  하루를 묵고 아침에 조용히 일어난다. 모두들 아직 잠든 아침에 글을 쓰려고 노트북을 꺼낸다. 그런데, 노트북만 있고 밥줄이 없다. 내 오래된 노트북은 밥줄이 없으면 전원조차 못 켠다.

  밥줄 없는 노트북을 만지작거린다. 밥줄을 안 챙긴 노트북은 무거운 짐이다. 언제나 밥줄을 노트북 주머니에 함께 넣는다고 하는데, 이번 마실길에 어찌저찌 흘린 듯하다. 일산집 이모가 일어난 뒤 넌지시 묻는다. 노트북을 빌린다. 고맙게 얻어서 쓴다. 4347.3.7.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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