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조국의 별》 읽기

 


  헌책방 나들이를 하다가 시집 《조국의 별》을 본다. 1984년에 나온 책이다. 어느새 서른 해를 묵은 책이 되었다. 고를까 말까 망설인다. 예전에 읽었으나 줄거리가 떠오르지 않는다. 줄거리가 떠오르지 않으면 예전에 읽었어도 안 읽은 책과 똑같으리라 느낀다. 새로 읽든지 모르는 척 지나가든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1984년에 첫판이 나온 시집 《조국의 별》은 아직 그대로 새책방 책꽂이에 있을까? 알 길이 없다. 책방마실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서 인터넷을 켜야 알 수 있다.


  헌책방에서 《조국의 별》 1984년 판을 3000원에 장만한다. 집으로 돌아가서 살펴본다. 1984년에 처음 나온 시집은 2014년 올해에도 새책으로 장만할 수 있다. 새책 값은 7000원이라 하니, 꽤 예전에 찍은 판이 그대로 있는 듯하다.


  아이들과 먹을 밥을 차리면서 틈틈이 읽는다. 밥냄비에 불을 넣고 국을 끓이는 사이에, 통통통 도마질을 하는 사이에, 아이들과 밥을 먹고 나서 살짝 숨을 돌릴 적에, 한 줄 두 줄 차근차근 읽는다.


  나온 지 몇 해 안 되는 시집들도 쉬 판이 끊어지고 사라진다. 열 해나 스무 해 넘게 판이 안 끊어지는 시집이 드물다. 고은 님 시집 가운데에도 어느새 자취를 찾아볼 길 없는 책이 꽤 된다. 그런데 시집 《조국의 별》은 서른 해라는 나날을 가늘고 길게 잇는다. 앞으로 열 해가 더 지나도 이 시집은 새책방 책꽂이와 헌책방 책꽂이에 함께 꽂힐까. 앞으로 스무 해가 더 지나도 이 시집은 새책방과 헌책방에서 함께 만날 수 있는 시집이 될까.


  새책방에서 자취를 감춘 《조국의 별》이었다면 헌책방에서 무척 비싼값에 팔리리라 생각한다. 아직 새책방에 있기에 시집 《조국의 별》은 헌책방에서나 새책방에서나 퍽 눅은 값으로 만날 수 있구나 싶다. 오래도록 찬찬히 사랑받는 책은 오래도록 많은 사람들 손길을 타면서 오래도록 마음자리를 따사롭게 북돋우는 힘이 되는구나. 서른 살 먹은 시집을 책상맡에 놓는다. 4347.3.4.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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