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버스에서 둘 다 잠들 적에

 


  읍내마실을 한다. 여권을 만들어야 하기에 사진을 찍고 군청에 다녀와야 한다. 사진을 찍고 기다리는 동안 한 시간 가까이 흐른다. 우체국에 가서 소포를 부친 뒤 군청에 가서 여권을 신청하고는 여권 수수료를 내기까지 또 한 시간 가까이 흐른다. 아이들은 사진관이든 군청이든 가리지 않는다. 그저 신나게 뛰어논다. 읍내 가게에 들러 몇 가지 먹을거리를 장만한 뒤 군내버스를 기다린다. 아이들은 군내버스를 기다리면서 또 잘 논다. 그러고는 군내버스에서 하나둘 색색 잠든다. 낮잠을 건너뛰고 아주 잘 놀았지? 너희들이 버스길에서 잠들 수밖에 없지. 그렇지만 군내버스는 읍내에서 마을 어귀까지 20분. 아이들이 깊이 잠들까 싶을 무렵에 내려야 한다. 군내버스가 봉서마을을 돌 무렵 가방을 들쳐멘다. 버스가 선 뒤 작은아이를 안는다. 다른 손으로는 큰아이 손을 붙잡는다. “벼리야, 내리자!” 일곱 살 큰아이는 아버지 말에 퍼뜩 눈을 뜨고는 뚜벅뚜벅 걸어서 버스에서 내려 준다. 무척 졸린 몸이지만 집까지 잘 걸어 준다. 큰아이가 힘들리라 알기 때문에 안아 주고 싶으나 두 아이를 나란히 안기는 벅차다. 작은아이만 왼손으로 안고 큰아이는 오른손으로 붙잡고 걷는다. 씩씩하게 버스에서 내려 집까지 걷는 큰아이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네 아버지는 네 대견하고 씩씩한 모습에 힘을 얻어 새삼스레 기운을 내면서 살림을 꾸릴 수 있다고 할 만해. 너도 알지? 괜찮아. 집까지는 걸어가지만, 너도 오래도록 포옥 안고 쓰다듬어 주잖아. 4347.3.3.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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