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투성이 옷차림인 까닭을 알아내다

 


  겨울 막바지부터 포근한 날씨가 되면서 아이들이 마당과 마을에서 한참 논다. 두 아이는 서로 동무가 되어 신나게 논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올 적마다 늘 흙투성이가 된다. 마당에서만 놀아도 흙투성이 꼴이다. 그래서 두 아이가 무엇을 하며 노는가 가만히 지켜본다. 어느 날은 맨발로 흙밭에 퍼질러앉아 온몸에 흙을 끼얹으면서 ‘바닷가 모래밭 놀이’를 한다. 또 어느 날은 평상 밑으로 기어들어 숨바꼭질을 한다. 또 어느 날은 마을 빈논에 들어갔다가 늪 비슷하게 된 곳에서 첨벙첨벙거린다. 온몸이 옴팡 젖은 날은 빨래터에서 물놀이하다가 그만 빠졌기 때문이다.


  지난주부터는 아이들을 집에 그냥 들이지 않는다. 옷을 말끔히 턴 뒤 들어오도록 시킨다. 이렇게 해도 온 집안이 모래투성이가 되니, 일부러 엉덩이가 따끔하도록 먼지와 흙과 모래를 털어서 집으로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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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에 잠들고 아침에 일어나면 잠자리가 까끌까끌하다. 아무리 털어도 아이들 몸에 남은 모래가 구른다. 방과 부엌과 마루 어디나 모래투성이요 흙투성이이다. 너희들은 참말 시골스럽게 시골아이로 살아가는구나. 더 자주 쓸고닦으라는 뜻이요, 더 자주 옷을 갈아입히라는 뜻이며, 더 자주 몸을 씻기라는 뜻이라고 읽어야겠지. 4347.2.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버지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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