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화와 귀화 (안현수와 공상정)

 


  한국에서 러시아로 귀화해서 러시아에서 금메달을 셋 목에 건 머스마가 있다. 대만에서 한국으로 귀화해서 금메달을 하나 목에 건 가시내가 있다. 러시아로 귀화한 머스마가 한국 국적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면 훨씬 기쁜 일이 될까 궁금하다. 한국으로 귀화한 가시내가 대만 국적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면 대만으로서 몹시 기쁜 일이 될까 궁금하다.


  국적이나 국경은 오직 사람한테만 있다. 그런데 국적이나 국경이 생긴 역사는 매우 짧다. 오직 사람만 국적이나 국경을 따지지만, 풀과 나무한테는 국적도 국경도 없다. 물고기와 딱정벌레한테는 국적도 국경도 없다. 동해에서 낚은 고등어와 북해에서 낚은 고등어는 서로 어떻게 다를까. 남해에서 낚은 쭈꾸미와 베트남에서 낚은 쭈꾸미는 서로 어떻게 다를까. 서양민들레와 미국자리공을 말하지만, 민들레와 자리공은 바람을 타고 먼먼 마실을 하면서 어디이든 뿌리를 내릴 뿐이다. 감자와 고구마를 한겨레가 언제부터 먹었나. 고추와 배추와 토마토와 당근을 한겨레가 언제부터 먹었나.


  파벌이란 편가르기이다. 파벌이란 따돌림이다. 파벌이란 신분차별과 계급차별이다. 1등과 2등과 꼴등을 나누는 사회에는 어디에나 파벌이 있다. 파벌이 있으니 힘센 이가 힘없는 이를 따돌리거나 괴롭힌다. 따돌리거나 따돌림받는 이가 있으니 신분과 계급과 재산에 따라 위계와 질서를 세운다.


  프랑스 축구선수 지단과 앙리는 프랑스사람인가 아닌가. 프랑스사람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가. 스스로 가장 즐겁게 삶을 빛낼 수 있는 길을 찾아 자리를 잡는다. 누군가는 한국에서 살아갈 터를 잃거나 빼앗기면서 아픈 마음이었을 테지. 누군가는 한국으로 새 삶터를 찾아서 들어올 테지. 한국을 떠나는 사람이 있고, 한국으로 찾아오는 이주노동자가 있다.


  히딩크라는 사람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대표선수가 될 턱이 없었을 박지성이라는 축구선수가 있다. 박지성 선수는 특혜를 받은 셈일까, 아니면 학력과 신분과 재산을 떠나 오로지 축구 솜씨 하나로만 ‘될 성 부른 떡잎’이었던 셈일까. 박지성 선수가 있었기에 축구대회가 즐거웠고, 안현수 선수가 있었기에 얼음지치기가 즐거웠다. 박지성 선수는 네덜란드와 영국을 거쳐 다시 네덜란드에서 불꽃을 태운다. 안현수 선수는 러시아로 가서 빅토르 안이라는 이름으로 불꽃을 태운다. 저마다 아름다운 불꽃으로 살아가리라 생각한다. 4347.2.23.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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