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림놀이] 도토리순이 (2014.1.30.ㄴ)

 


  설마실로 음성에 갔는데, 마루에 있는 큰 텔레비전에 말썽이 생겼다. 큰아이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조르며 텔레비전 보여 달라 하지만, 텔레비전이 망가져서 못 본다고 하니 몹시 서운해 한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망가졌대잖아. 아버지는 속으로 빙그레 웃는다. 얘야, 우리 집에도 없는 텔레비전인데, 모처럼 텔레비전 있는 집에 와서 못 보니 서운하지? 그렇지만, 텔레비전 없으니 아주 조용히 그림놀이 할 수 있잖아? 큰아이와 한참 그림놀이를 하는데, 큰아이가 불쑥 “나 그려 주셔요.” 하고는 종이를 내민다. 종이를 받고 책상에 올려놓고는 한참 생각한다. 먼저 큰아이가 무릎 꿇고 앉아서 싱긋 웃는 모습을 그린다. 그러고 나서 도토리를 큼지막하게 그린다. 큰아이를 도토리 안에 넣는다. 도토리껍질을 무지개빛으로 한 꺼풀씩 입힌다. 이제서야 큰아이는 “아, 도토리구나.” 하고 알아채면서 도토리 속을 채우겠다면서 슥슥 같이 그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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