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부르는 노래

 


  두 아이를 옆에 누여 자장노래를 부르려 하면, 이제 두 아이는 서로서로 겨루듯이 노래를 부른다. 한참 동안 서로서로 좋아하는 노래를 부른다. 두 아이가 노래를 마치고 숨을 돌리는 틈을 타서 나도 노래 한 가락 뽑을라치면, 어느새 작은아이가 끼어들어 종알종알 새 노래를 부른다. 작은아이가 노랫말을 엉터리로 종알종알 부르면, 큰아이는 “아이 참, 아니잖아.” 하면서 또박또박 노랫말을 하나하나 짚으면서 살뜰히 부른다.


  두 아이가 신나게 노래를 부르니 나는 조용히 있을 적이 잦다. 그러나 이내 큰아이가 “아버지 노래 불러 줘요.” 하고 조른다. 그러면 작은아이는 어느새 또 끼어들어 또 종알종알 부른다. 이때에 작은아이가 좋아하는 노래를 골라 부르면, 작은아이가 아무렇게나 종알거리던 노래를 그치고 아버지와 함께 노래를 부른다.


  아이들 노래를 들으며 생각한다. 두 아이가 참 많이 컸구나. 앞으로 두 아이는 더욱 크겠지. 더 크고 열 살 스무 살 서른 살이 넘어도 아버지더러 노래 불러 달라고 바랄까. 앞으로는 이 아이들이 늘 노래를 불러 주는 한편, 이 아이들이 낳아 돌볼 아이들이 나한테 노래를 불러 주려나. 또는 이 아이들이 낳은 아이한테 내가 노래를 불러 주려나.


  이 생각 저 생각에 잠기다가, 내가 스물 몇 해 앞서 즐겁게 부르던 노래 몇 가지를 노랫말을 고쳐서 부른다. 새 노랫말에는 두 아이가 서로 아끼고 사랑하면서 시골숲을 예쁘게 가꾸는 이야기를 넣는다. 작은아이는 곧 곯아떨어진다. 큰아이는 조용히 숨을 죽이며 듣는다. 작은아이는 코를 골면서 노래를 살결로 받아들이겠지. 큰아이는 나긋나긋 마음 깊이 이야기를 아로새기면서 고운 꿈을 꾸겠지. 4347.1.30.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빠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