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와 읍내 장보기

 


  설을 앞두고 읍내로 장을 보러 다녀온다. 아이들과 시골에서 살며 읍내로 장을 보러 다녀오던 날을 돌이켜보면, 아침을 차리느라 부산을 떨면 너무 힘들다. 그래서 오늘은 아침에 아이들한테 밥을 안 차려 준다. 능금 두 알을 썰어 나누어 먹고, 배 한 알을 깎아 함께 먹는다. 이렇게만 먹이고 아침 열한 시 십오 분 군내버스를 탄다.


  아침을 차리느라 부산을 떨면 아이들은 배가 불러 느긋할 테지만, 작은아이는 으레 버스에서 꾸벅꾸벅 졸기 일쑤이다. 이러면 읍내마실이 꽤 고되다. 살짝 배고픈 채 마실을 한 뒤, 오늘 하루는 읍내에서 장만한 먹을거리로 아침과 주전부리를 내주면 집으로 돌아와서 바로 똥을 누고, 배를 알맞게 채운 뒤 작은아이는 느즈막한 낮잠을 잘 재울 만하다.


  읍내를 돌아다니며 이것저것 장만하는데 모두들 나를 보고 묻는다. “애 엄마는?” 나는 아무 말 없이 빙그레 웃는다. 아이들더러 “너네 엄마는 어디 있니?” 하고 물으니, 큰아이가 “엄마는 집에서 자요.” 하고 말한다. 그래, 네 어머니는 집에서 주무시지. 네 어머니 몸이 튼튼하다면 읍내마실 함께 나올 테고, 한결 느긋하게 돌아다니면서 장을 볼 테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택시를 부른다. 돌아가는 군내버스는 읍내에서 열두 시 반에 있는데, 읍내 버스역에 닿은 때는 열두 시 삼십팔 분. 다음 버스는 두 시 반에 있다. 이웃마을 지나가는 버스는 한 시 반인데, 한 시 반 버스를 타면 집까지 아이들과 삼십 분을 걸어야 한다. 버스역에서 가방을 내려놓고 삼 분쯤 생각해 본다. 어떻게 할까. 가만히 헤아리니, 내 어릴 적 우리 어머니가 나랑 형을 데리고 신포시장으로 장보러 다녀오실 적에 가끔 택시를 탔다. 나는 택시를 탄다고 그저 좋아하기만 했는데, 그때 어머니로서는 여러모로 생각이 많으셨지 싶다. 버스를 타면 돈이 얼마요 택시를 타면 돈이 또 얼마요 하고 생각하셨겠지. 생각을 하고 하다가 택시를 타셨겠지.


  큰아이가 앞으로 한두 살 더 먹으면 택시 탈 일이 줄어들까. 모르겠지. 그러나, 타야 할 때에는 타야겠다고 느낀다. 읍내에서 장을 보니, 어느 할매가 우리더러 “차에까지 짐 실어다 주마.” 하고 말씀하시지만, 우리 식구한테는 자가용이 없다. 버스를 타거나 자전거를 타니까. 아무튼, 집까지 잘 돌아왔다. 택시 타느라 들인 돈은, 이것저것 더 일하면서 벌면 된다. 4347.1.2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아빠 육아일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