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겨울비가 내린다. 오늘 아침에 내리는 겨울비는 차갑지 않다. 그래도 겨울이니 여름처럼 시원한 비는 아닌데, 일곱 살 큰아이와 네 살 작은아이가 나란히 섬돌에 앉아서 비를 바라본다. 너희들 ‘비 구경’을 아는구나. 한참 섬돌에 앉아 둘이 종알종알 떠들더니, 긴신을 꿰고는 마당을 달린다. 마당을 달리다가 우산을 꺼내어 펼친다. 우산을 꺼내어 펼쳐 빙빙 돌리고 놀다가 비옷을 입는다. 비옷을 입으며 서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한다.


  겨울비 아닌 겨울눈이라면 훨씬 즐겁게 놀았을까. 아마 눈이어도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놀겠지. 그리고, 겨울에도 포근한 이곳에서는 겨울비를 가만히 느끼면서 겨울내음과 빗소리를 듣는다. 아이들과 먹을 미역국을 끓인다. 곧 다 끓을 테니 따뜻하게 먹고 또 놀자. 4347.1.2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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