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26. 가슴에 담기

 


  돈이 있는 사람들이 어느 그림 하나를 수십억 원이나 수백억 원을 치르며 사들이는 삶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 그림을 건사하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 아니에요. 그 그림이 더없이 좋아서, 그만 한 돈은 ‘돈이 아니로구나’ 하고 느끼도록 이끌기 때문이에요. 사진 한 점을 천만 원 주고 장만하는 분들한테서도 이런 모습을 느껴요. 돈으로 헤아릴 수 없는 즐거움을 베풀잖아요.


  사진을 찍어 종이에 앉힐 때 생각합니다. ‘이 사진 하나는 돈으로 헤아릴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음성에 계신 할매 할배하고 일산에 계신 할매 할배한테 우리 아이들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띄울 적에, 이 사진 하나에 깃든 빛과 이야기를 함께 보냅니다. 온누리 어떤 돈으로도 이러한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삶을, 온누리 어떤 권력으로도 이러한 사진을 만들 수 없는 빛을 조용조용 선물합니다.


  가슴에 담기에 아름다운 그림입니다. 가슴으로 아끼기에 아름다운 사진입니다. 가슴으로 읽기에 아름다운 글입니다. 가슴으로 부르기에 아름다운 노래입니다.


  붓질이 아름다운 그림을 낳지 않습니다. 비싼 물감과 종이가 아름다운 그림을 낳지 않습니다. 비싼 기계나 장비가 아름다운 사진을 낳지 않습니다. 사진학과를 다녔거나 사진유학을 다녀왔기에 아름다운 사진을 낳지 않습니다. 가슴속에서 샘솟는 사랑이 있을 때에 사랑스러운 사진을 찍고, 가슴속에서 빛나는 이야기 있을 때에 아름다운 사진을 낳습니다.


  ‘사진을 찍어야지’ 하고 생각하더라도 사진을 찍지 못합니다. ‘즐겁게 살아야지’나 ‘아름답게 살아야지’나 ‘사랑스럽게 살아야지’나 ‘착하게 살아야지’나 ‘재미나게 살아야지’처럼, 스스로 삶길을 씩씩하게 다스리면서 돌볼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사진을 찍어요. 비로소 이야기 하나 깃든 사진을 낳아요.


  삶을 노래하기에 사진입니다. 삶을 그리기에 노래입니다. 삶을 밝히기에 사진입니다. 삶을 누리기에 사랑입니다. 4347.1.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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