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안전 지킴이함’과 나무 한 그루

 


  시골에서 살며 비로소 나무에 빨래줄을 맸다. 도시에서 살 적에는 전봇대에 매거나 벽에 못을 박아 맸다. 그러나 몇 달 뒤에 빨래줄을 풀었다. 나무에 맨 빨래줄이 나뭇줄기를 파먹고 들어가는 자국을 보았기 때문이다.


  지난날에는 시골에 높다라니 선 것이 따로 없었을 테니 그저 나무에 이것저것 줄을 맸으리라. 그네도 나뭇가지에 매고 빨래줄도 아주 마땅히 나무에 매기 마련이다. 그런데, 나무에 꼭 줄을 매야 한다면 나뭇가지나 나뭇줄기가 다치지 않도록 천으로 두껍게 두른 뒤에 매야 한다고 느낀다. 나무도 어엿한 목숨이요, 싱그럽게 살아가는 숨결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나무에 못을 박기도 한다. 나무가 아픈 줄 살피지 않고 못을 박는다. 살아서 움직이는 목숨한테 못을 박는 셈인데, 스스로 나무마음이 되지 않으니 아무렇지 않게 못을 박는다. 고흥 녹동초등학교 옆을 지나가다가, 나무 한 그루에 매달린 현수막을 보고, 나뭇줄기에 덩그러니 박힌 ‘아동안전 지킴이함’을 본다. 나무에 못을 쾅쾅 때려서 붙인 ‘아동안전 지킴이함’이 참말 어린이를 지켜 줄까. 어떤 어린이를 어떻게 지키려는 마음으로 나무에 못을 박을까. 학교 교사가 했을까, 읍내 경찰이 했을까. 어른들은 사랑이 무엇인 줄 참 모른다. 4346.12.2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