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글게 쓰는 우리 말
 (1064) 마실가다

 

늙은 어머니들이 밖에 나가 어슬렁거릴 수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다. 또한 마실갈 만한 곳도 없다
《송건호-한나라 한겨레를 위하여》(풀빛,1989) 26쪽

 

가족들끼리 귤 따기 나들이를 와도 점심 먹을 곳이 없습니다
《고다 미노루/장윤 외 옮김-숲을 지켜낸 사람들》(이크,1999) 59쪽

 

  한국말사전에는 ‘마실가다’라는 낱말을 안 싣습니다. 학자나 지식인은 이런 말을 거의 안 쓰기에 한국어사전에 실리기 어려우리라 느낍니다. 그렇지만, 시골에서 흙 만지며 살아가는 사람은 누구나 이 말을 써요. 시골말을 한국말사전에 담으려 한다면, 이 낱말이 빠질 수 없고, 붙여서 쓰리라 생각해요.


  곰곰이 살피면, 한국말사전에는 ‘놀러가다’ 같은 낱말도 안 싣습니다. 아이나 어른이나 흔히 쓰는 낱말이지만, 막상 이런 낱말을 한국말사전이 품지 않아요. 아이도 어른도 안 쓰는 뜬금없는 한자말은 한국말사전에 버젓이 싣지만, 사람들이 익히 쓰거나 널리 쓰는 낱말을 제대로 못 품습니다.

 

마실 : ‘마을’을 뜻하는 사투리
마을
1. 여러 집이 (한동아리를 이루어) 모여 사는 곳
 - 우리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착하다
 - 동백꽃이 곱게 피는 마을
2. 이웃에 놀러 가는 길
 - 집에만 있지 말고 마을 좀 다녀요
 - 마을 다녀올 테니 집 좀 보렴
나들이
1. 집을 떠나 가까운 곳에 살짝 다녀오는 일. 바람을 쐬거나 구경을 하거나 놀 생각으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가려고 집을 나가는 일
 - 친정 나들이
 - 서울 나들이
 - 모처럼 할머니와 나들이를 나섰다
2. 나가고 들어오는 일
 - 새끼를 깐 뒤 어미 새는 나들이가 잦다

 

  저는 책방으로 나들이를 가거나 마실을 갑니다. ‘책방마실’이라는 낱말을 지어서 쓰고, ‘헌책방 나들이’ 같은 말도 곧잘 씁니다. 책방으로 마실을 다니듯, ‘골목마실’을 하고 ‘사진마실’도 해요. ‘자전거마실’이라든지 ‘걷기마실’도 합니다. 어디를 다닌다고 할 적에 ‘-마실’을 붙이면 잘 어울리는구나 싶어요. ‘나들이’라는 낱말을 붙여도 잘 어울려요. ‘사진 나들이’나 ‘자전거 나들이’라든지 ‘서울 나들이’처럼 쓸 수 있습니다.


  꼭 ‘여행(旅行)’이나 ‘외출(外出)’ 같은 한자말을 써야 하지 않아요. 먼 옛날부터 누구나 쓰던 쉬운 한국말이 있어요. 시골에서 누구나 쓰는 살가운 한국말이 있어요. 말뜻을 살리고 느낌을 살피면서 알맞게 말넋을 북돋웁니다. 좋은 이야기벗을 만나러 이야기마실 다니기도 해요. 밥집마실이나 밥마실 갈 수 있고, 놀이마실이나 소꿉마실 다닐 수 있어요. 숲마실이나 들마실이나 바다마실처럼, 우리를 둘러싼 아름다운 마실 누릴 만하고, 꽃마실이나 나무마실 누리면서 즐겁습니다. 별마실 다니는 이들 있을 테고, 사랑하는 님을 만나러 사랑마실 다니기도 할 테지요. 4338.5.29.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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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어머니들이 밖에 나가 어슬렁거릴 수도 없고 말도 나누지 못한다. 또한 마실갈 만한 곳도 없다
식구들끼리 굴 따기 나들이를 와도 낮밥 먹을 곳이 없습니다

 

..

 


 옹글게 쓰는 우리 말
 (1571) 나들이 2

 

일 년이면 한두 차례씩 꼭 서울 나들이를 했고 …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구 등지로 여러 차례 나들이를 하곤 했다 … 옛날 어른들이 출타를 할 때
《김명수-이육사》(창작과비평사,1985) 22, 87, 96쪽

 

  회사를 다니는 이들은 으레 ‘출장(出張)’을 갑니다. 어른들은 ‘출타(出他)’를 한다고도 말해요. 그런데, 볼일을 보러 다니는 일도 ‘나들이’입니다. 큰 도시로든 가까운 이웃 다른 마을로든 나들이를 다녀요.

 

 서울 나들이
 서울마실

 

  ‘나들이’를 쓸 적에는 띄어서 쓸 때에 잘 어울리고, ‘마실’을 쓸 적에는 붙여서 쓸 적에 잘 어울린다고 느낍니다. 어떻게 말하든 같은 일을 가리킨다 할 만합니다. 회사에서는 회사대로, 공공기관에서는 공공기관대로, 저마다 쓰는 말이 있다고 할 텐데, 회사나 공공기관에서 꼭 한자말로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는 느끼지 않아요. 한국말로도 얼마든지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앞으로는 한국사람답게 한국말로 이야기하는 틀을 슬기롭게 세워야지 싶습니다. 우리는 중국도 일본도 아닌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이요, 중국말이나 일본말 아닌 한국말을 아름답고 올바르게 세울 적에 즐겁습니다. 4346.12.9.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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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면 한두 차례씩 꼭 서울 나들이를 했고 … 이 같은 일을 풀려고 대구를 비롯해 두루 여러 차례 나들이를 하곤 했다 … 옛날 어른들이 나들이를 할 때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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